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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May 03. 2021

해열제, 자동차, 학교,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웹페이지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서 “안전성서한”을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자주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2건을 포함하여 올해에만 8차례 배포되었다. 이미 허가되어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들도 뒤늦게 드문 부작용이 밝혀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 이런 정보를 분석하여 의료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하는 주요한 일 중 하나다. 왜 이런 약을 허가를 해주었냐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수천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고 허가를 받아도 수백만명에게 투여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알게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이 약은 위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말과 동의어로 취급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은 대부분의 약에서 다 생긴다. 예를 들어 안전성 서한이 날아오는 약 중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소위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같은 대부분 안심하고 복용하는 약들도 있다. 해열진통제로 많이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어린이, 임산부에서도 쓸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약 중 하나이고,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대표적인 일반의약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약은 2018년에 간독성 우려에 대한 식약처 안전성 서한이 발표된 바 있다. 또한 드물지만 치명적인 부작용 중에는 스티븐-존슨 증후군/중독성표피괴사용해 (SJS/TEN)도 보고되었다. 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외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약제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중증의 피부 부작용으로, 온몸의 피부가 벗겨져 감염과 탈수에 고통받게 되며 사망률이 매우 높다. 2013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SJS/TEN과의 연관성에 대한 안전성 서한을 발표했다. FDA는 1969년부터 2012년까지 아세트아미노펜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SJS/TEN이 총 91건이 발생했다고 보고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증례가 보고되어 있다. 

“안심하고 먹을 약이 없다”는 탄식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요즘 세상에 태어나서 아세트아미노펜을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이 있을까? 해열제는 물론 웬만한 두통, 감기, 생리통 약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 있다. 미국 인구가 3억명이고 40년간 수집된 데이터임을 고려하면 그 중 91건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우리는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리라 걱정하면서 약을 먹지는 않는다. 매우 적은 위험에 비해 큰 이득이 있을 때, 우리는 대체로 작은 위험으로 인한 공포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그 위험을 잘 몰라서 그렇지, 알게 된다면 회피하게 될 거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의약품 부작용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교통사고가 날 수 있는데 매일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할 수 있는데 직장에 다닌다. 그럼에도 자동차를 타고, 직장에 다니는 이유는, 적은 위험보다는 그 일로 인한 이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동의 편리성, 소득과 개인의 성장이라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적은 위험은 감수하는 것이다. 물론 위험이 커지면 감수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자동차의 부품 사고가 잦으면 리콜을 할 것이고, 직장내 괴롭힘이 심해지면 어쩔 수 없이 이직이나 사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문제는 위험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은 늘 있지만, 그게 어느 정도냐가 중요하다.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크다. 실제 일부 드물지만 특이부위 혈전증같은 중대한 부작용들은 인과관계가 밝혀졌고, 이는 임상시험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백신접종을 기피해야 할까? 대부분의 약제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부작용이 밝혀지고 허가 후에도 수차례 안전성 정보가 업데이트된다.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해열제는 물론, 흔한 혈압약, 당뇨약들이 다 그렇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압축적으로 짧은 기간에 일어나면서 만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이는 이 백신의 특이점이 아니라 모든 약제들이 가지고 있는 숙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이 작은 위험에 비해 큰 이득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집단면역을 이룬다는 사회의 이득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의 위험 역시 100% 가깝게 막아주는 효과다. 여기서 얻는 개인의 이득은 이제껏 나왔던 백신들에 비교해봐도 상당하다. 이득과 위험의 비율로 봤을 때 코로나19 백신이 그 종류를 불문하고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에 비해, 또는 자동차를 타는 것, 직장에 다니는 것에 비해 더 기피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언제나 위험은 존재했고, 판데믹 이전에도 그러했다. 판데믹이라는 큰 위험을 만나고 나니 그전엔 위험이 없었던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아니다. 위험이 없는 것을 기본값으로 여기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위험 하나하나에 패닉이 되기보다는 그것을 이득과 비교하여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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