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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Apr 10. 2017

아이들의 책읽기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도서관에 갔습니다. 이 동네의 살인적인 집값을 감내하고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죠. 그러나 생각보다 자주 가게 되지 않네요. 

아이들은 둘 다 책을 즐겨읽지 않는 편입니다. 자주 가면 더 읽게 될까요? 여기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부모의 죄책감. ‘독서습관을 들여주지 않은 것 같아’. 둘 다 책을 많이 읽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몰아치네요. 큰아이는 나름 열심히 읽어주느라 노력은 했던 것 같은데, 한자 익히게 하겠다고 ‘마법천자문’을 사준 이후로는 만화만 읽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책을 읽어주면 금방 지루해하거나 도망가고, 반면 좋아하는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패턴입니다. “곰돌이팬티”와 “빵 공장이 들썩들썩”은 한 50번은 읽은 것 같네요. 

큰애는 주말마다 2개씩 독서록을 써야 하는데, 작년에 읽은 책으로 소위 돌려막기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잘못이죠. 첫주에 갑자기 독서록 두개를 쓰라는데 두권을 갑자기 읽힐 수가 없어서, 일단 급한대로 예전에 읽었던 걸로 쓰자고 했더니, 3월 한달이 넘도록 새로운 책은 거의 읽지 않은 채 계속 돌려막기를 하고 있어요. 도저히 안되겠어서 도서관에 데려가면 WHY 등의 학습만화만 읽습니다. 아이의 잡다한 지식의 팔할은 WHY시리즈에서 왔는데, 사실 대량생산된 만화책들이라 내용 검증이 부실할까봐 그것도 걱정입니다.


잔소리 하기도 지쳐서 이번엔 가서 이번주 읽고 독서록 쓸 책으로 두권을 빌려왔습니다. 독서록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로 쓰기 시작하라는 담임의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아이의 독서록은 항상 “이 책은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로 시작합니다. 진부한 어린이 같으니.... 이게 뭐니, 맨날 독서록이 똑같애! 하고 잔소리를 해도 늘 당당하다. “그게 뭐 어때서요~” … 

그래서 나름 제가 파악하고 있는 아이의 취향에 맞춰서 두 권 빌려와서는 조곤조곤 일러주고 말았어요. 
“야 너 ‘신과함께’ 만화 좋아하잖아. 거기 등장하는 강림도령에 대한 이야기이거든? 그러니까 좋아하는 웹툰의 등장인물이어서 읽게 되었다고 시작하고 쓰면 되잖아. 그리고 ‘도깨비 느티 서울입성기’는 네가 좋아하는 천효정 선생님이 쓴 책이잖아. (‘삼백이의 칠일장’ 시리즈는 아이가 처음으로 스스로 읽겠다며 사달라고 한 책인데 그 이후로 천효정 작가의 책은 꾸준히 보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쓴 책이어서 읽게 되었다’라고 쓰면 되지.”
아이고 부모노릇하기 힘드네요. 그래도 내 아이가 책읽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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