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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Jan 22. 2018

남매를 그리기 시작하다  

엄마가 그린 아이들

아이들을 그리는 것을 취미로 삼기 시작한 지는 아마도 4-5년 전인 것 같다. 아들을 데리고 학교 도서실에 갔다가  열람실에서 이면지에 그렸던 것이 처음이었다. 뚱하고 심드렁한 표정의 아들, 그리고 천진난만하고 세상 걱정없는 딸을 볼펜으로 쓱쓱 그렸던 것이 맘에 들었다. 단순한 선이지만 아이들의 특징과 아이들이 내게 주는 느낌이 잘 표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인지 애착이 가는 그림이다. 지난달 페이스북 닫을 때까지 나의 페북 대문으로 썼던 그림이기도 하다.

이 그림엔 많은 것이 담겨있다. 아들은 5년간 외할머니의 손에 자랐고 여섯살 때부터 엄마아빠와 드디어 함께 살게 되었는데, 바로 그 해에 동생이 태어났다. 겨우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는데 바로 나타난 경쟁자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천성적으로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인 것도 있었지만, 아들은 몸과 마음이 늘 긴장이 되어있던 아이였다. 사실 첫째를 키우면서는 부모도 늘 긴장하기 마련이다. 처음이니까. 그릴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의 표정은 그래서 조금 굳어있다.

반면 둘째는 태어난 이후 근처로 이사오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손에 자랐고, 엄마아빠와 줄곧 같이 살았으며, 여러 어른들의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자랐기에 애교가 많은 유쾌한 아이가 되었다. 어른들에겐 늘 존댓말을 쓰는 첫째와 달리, 낙천적인 장난꾸러기인 둘째는 늘 반말이고 버릇도 없다. 첫째를 키워오신 친정엄마는 둘째에게 훈육이 부족하다며 늘 얘기하시지만, 훈육을 한답시고 정색을 했다가도 늘 웃음이 터지게 하는 아이여서 쉽지 않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왠지 둘이 많이 대조가 되는데...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첫째 역시 외가에서 자라면서 집안의 첫 아기로서 외할머니, 이모와 삼촌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지 않았는가. 늘 웃고 다니는 건 아니어도 은근한 유머감각과 친화성을 겸비한, 흥미로운 아이이다. 한편, 첫째의 긴장과 불안을 풀어주는 데 신경을 주로 쓰면서 둘째의 마음의 그늘은 내가 일부러 외면하거나 알아채지 못한 것은 아닐까. 가끔 "엄마는 오빠를 더 좋아하잖아..."라며 쓸쓸하게 말할 때면 가슴이 철렁하기도 한다. 무릇 사람이 그렇지만, 아이들 역시 한 문장으로만 표현하기에는 정말 복잡다단한 존재들이다.


페이스북에 게시했던 그림들을 살펴보노라니 이런 그림도 눈에 띈다. 계속 동생을 신경써오던 눈길에는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할까봐 불안해하는 마음도 있지만, 귀엽다는 느낌, 호기심, 신기함 등 복잡한 마음 역시 담겨 있다. 동생이 슬슬 말대답(!)을 할 정도로 성장을 했을 즈음 오빠와 동생은 서로 너에 대한 파악은 완료되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이제부터 남매의 한판 싸움과 그 속에 싹트는 동지애는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는 주로 종이에 그린 것을 사진을 찍어 올렸고, 이후에는 와콤태블릿을 쓰는 짧은 기간을 거쳐 2년전부터는 아이패드프로를 이용해서 주로 그리고 있다. 아이들도 올해 초6, 초1로 성장했고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의 유년기를 좀더 많이 그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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