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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Jan 25. 2018

너의 질풍노도를 함께 맞이할께

사춘기 아들 관찰기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아들은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습니다. 초딩이 사춘기라니, 빠른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도 스스로 알 것은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나이였죠. 눈빛도 날카로워지고, 아빠의 말씀에 반항하다가 가끔 야단도 호되게 맞고, 매일 씻는데도 총각냄새가 납니다. 그래도 엄마입장에선 그 냄새도 싫진 않더군요. 아직은요.

 

4학년때 그린 그림. 이때만 해도 아기같았는데. 지금도 앳된 얼굴이지만 아기보단 소년에 가까워요.

아들의 이마는 앞이 안보일 정도로 머리카락으로 덥수룩하게 뒤덮여 있어요.깔끔하게 머리를 자르자는 부모의 설득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참 싸우기도 많이 싸웠습니다. 아이가 이렇게 정돈되지 않은 채 머리를 기르고 학교에 가면 혹시 왕따라도 당하지 않을지, 선생님이 보시기에 부모가 아이를 방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늘 걱정이었습니다. 실제 아이가 잘 씻고 다니는지, 옷을 뭘 입고 다니는지, 일일이 신경쓰기 어려운 맞벌이 부모는 제 발이 저린 나머지 그런 걱정을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고독하게 추파춥스사탕을 물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원피스>의 열혈팬인 아들은 줄담배를 피우는 등장인물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나 봅니다. 뭔가 길쭉한 것만 손에 쥐어지면 담배를 피우는 시늉, 엄마아빠가 마시는 맥주에도 관심을 보이며 곁에서 홀짝이는 시늉. 소스라치는 엄마를 보며 즐기는 여유까지. 상디같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되고 싶은걸까요. 아들로부터 몇 번이나 원피스를 정주행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아직 읽고 있진 않아도 상디같은 캐릭터는 짐작은 가지요. 여유롭고, 강하며, 아무렇게나 빗어넘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유유자적하는 그런 스타일 말이죠.

아들은 상디같은 스타일을 동경해요.
거울도 자주보고, 모델같이 거만한 포즈도 취해봅니다.  



성장하면서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과 서서히 드러나는 개성을 바라보는 것은 즐겁지만, 한편 학년이 올라갈수록 많아지는 학습량에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측은하기도 합니다. 교육열이 높은 동네라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이 많은 가운데 기가 죽어 지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초등 고학년이면 정석은 풀어야 한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는데, 아이는 지금 5학년 분수의 나눗셈도 자꾸 틀리고 어려워 하니 억지로 중고교 과정을 떠먹일 생각은 하고 있지 않지요. 그래도 엄마랑 공부하기로 한 분량은 다 지키고, 숙제도 웬만하면 빠뜨리지 않는 꾸준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니 (종종 할 것이 너무 많다며 불평을 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참 대견합니다.

그래도 착실히 공부를 하는 면모도 종종 보여줍니다.

아들은 또래의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좋아해서 늘 부모와 전쟁을 치르곤 합니다. 휴대폰게임, 닌텐도 wii 게임은 기계를 뺏기고 울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였고, 최근엔 조르고 졸라 크리스마스 선물로 닌텐도 3DS게임타이틀인 마리오메이커를 손에 넣고 말았습니다. 막상 3DS 게임기가 없어 삼촌에게 받아서 하기까지 한달이 걸렸는데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그래도 얼마나 기뻐하던지, 그 함박웃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흐뭇합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사주면서 느끼는 기쁨에도 중독되기가 쉽더라구요. 그래서 아이 못지 않게 부모의 자제력도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은 닌텐도 DS와 함께... T-T


여름방학 때 괌에 여행다녀오는 길에 공항 라운지에서 그린 그림입니다. 괌까지 가서도 휴대폰 게임삼매경이라 엄마가 속상했었죠.


아이가 클수록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고, 실망하는 것도 많아집니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아이를 믿는 것,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것, 그 사랑을 아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기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것 같아요. 정체성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운 질풍노도의 시기에  들어선 아들, 그 옆에 엄마 아빠가 항상 같이 걷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주었으면 해.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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