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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쩌면 제일

도서관에서 시간보내기 2

by purple

어쩌면 일기라는 게


2022년 10월 7일

'여행을 와서 일기를 써본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몇 명이 '네'라는 답변을 보낼까?


나는 일기에 진심이다. 아니 기록에 진심이다. 그렇지만 자랑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운 것이 인스타그램이었다. 특히 여행을 떠나면 더욱 SNS와 멀어지기를 희망한다. 물론 갔다와서 다시 기록하며 저장하는 글을 올리지만, 여해 중간만큼은 적어도 스스로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2020년 일본을 갔다 왔을 때부터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미국 여행은 길었다. 사진은 넘쳐나고, 또 학생때 생각도 못한 돈이 들어갔다. 시간이 귀하고 돈이 귀하고 경험이 귀한 환경에 있다. 그래서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브런치는 그 마음으로 시작했다.

눈에 본 것 마음에 담은 것 뇌에서 굴러가고 있는 것들을 하나의 바구니에 모아서, 이후에도 살펴 꺼내 볼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이것을 종이 다이어리에 매일 일기장식으로 쓰는데, 사진이 아까워 그 방법의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을 이 포스트들로 남기게 됐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조금 늦게 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올리지 못한 날짜의 여행들이 있고 그 날짜는 계속 눈에 밟혔다. 앞으로 재밌고 의미있는 활동은 60일 동안의 여행동안 계속 진행될텐데, 마치 달리는 자동차에서 뒤만을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일기를 쓰는 날로 잡았었다.


피오피코 도서관에 들어가 일기를 쓴다. 아마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서 부터 할리우드 사인을 보러갔던 날을 첫 번째로 올렸던 것 같다. 뿌듯한 순간을 기록해두는 것은 의미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렇게 카페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 순간적으로 하루에 대한 소심한 생각이 몰려온다. '미국까지 와서 지금 뭐하는 짓이지?'

'미국'이라는 단어만으로 느껴지는 큰돈의 느낌과 낯선 영어의 큰 도시에서, 도서관이나 카페에 앉아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시간낭비와 돈낭비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매번 이중적인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기록은 해야겠는데 시간은 아깝다니.


이 페이지의 이름이 '어쩌면 제일'인 것은 두 감정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일 바보같기도 하고, 어쩌면 제일 중요하기도 한 시간이 오늘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스타를 지우고(다운타운을 갔다 온 후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첫 날이었다.


아직까지도 다 쓰지 못한 일기를 쓰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하루를 다 잡아먹지는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틈틈이 '경험'을 항상 우선순위에 두고 있달까.

지금은 어느정도 여행의 기간이 되어서 관광을 위한 웬만한 곳은 가 보았다. 그래서 영어에도 이 글을 위한 시간에도 정성을 쏟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 이 미국의 시간이 참 소중했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은 LA싫다고 그러고 실망했다고 다들 그러지만, 나는 LA가 좋다. 사람들 사는 느낌이 들고,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물론 냄새는 적응하기 힘들고, 여름엔 홈리스가 정말 많고, 총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곳이 좋다.

미국에 오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꿈을 찾고 싶고 일을 하고 싶고 사람들과 교제하고 싶다.

많이 부족한 영어를 이끌고서라도 오고 싶었던 미국 서양에 와 있다.

환상은 깨지고 현실만 남아있지만 오히려 좋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니까.


기록은 기록으로 남되 기억의 발화점이 되어주어 더욱 생생히 이 60일간의 시간을 기억하고자 한다.

아마 그게 제일 바보같으면서도 시간을 쏟으며 일기를 쓰는 이유일 것이다.

LA의 이곳저곳. 나는 지금 이 공간과 시간이 소중하고 의미있고 좋다.



오늘은 친했던 언니오빠가 떠나는 날이었다. 10월 7일 금요일 언니와 언니의 남은 크로와상을 먹으며 배웅해준다. 현우오빠도 아침에 인사를 하고 떠나보냈다. 생각해보니 이들 없이 이제 처음으로 일정을 해 나가야 한다. 잘 감이 오지 않고 걱정도 된다. 그렇지만, 그래도 스스로 보내는 시간을 잘 보낼 것이라는 마음을 갖고 인사를 했다.




LA의 거리는 솔직히 나는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미국 전국적으로 이런 것인지 궁금하다.

나는 미국이 좋은데, 적어도 길거리의 환경은 좀 쾌적해야 국민들의 삶의 질도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내는 세금이 다르다고는 하나, 하다 못해 주변에서 들이 마시는 냄새마저 다르다면 한 국가에 살면서 되게 부당한 것 아닌가 싶었다. _근데 미국이라면, 아마 '너가 거기에 사는 것이 너의 선택이다'라고 말할 것 같다_

길의 쓰레기 사진은 찍은 이유는, 내가 이곳이 싫어서가 아니라 좋기때문에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같다.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혼자 장을 봐 왔다! 푸드4레스를 갔다 왔는데, 전에 언니와 장을 보러 갔다온 것이 도움이 됐다. 거기서 맛있는 시리얼 종류도 알아왔는데 마침 세일을 하고 있어서 사가지고 왔다. 한 달 내내 외식을 하기에는 입에도 물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집에서 해 먹는 현명한 방법을 선택했다.

탄수화물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세일하는 엄청 큰 또띠아를 사고, 치즈를 좋아하니 치즈를 사고, 고기도 세일을 해서 다진 고기도 사고(이건 나중에 김치찌개까지 해먹어 보는 것이 목표다), 우유도 사고 등등 많은 것을 샀다. 그러면서 현지인은 어떤 음식을 먹으며 무엇을 장보는지 궁금해졌다. 엘리쎔께 여쭤보니 이곳에 스페인 음식이 많다고 하는데, 아마 캘리포니아가 멕시코 땅이었고, 멕시코는 스페인의 식민지였어서 그런 것 같다.


처음 해 먹은 또띠아는 참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든든하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리고 단 군것질까지 골고루 사 와서 이제 한 달동안이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주차장에서 카트를 이곳저곳에 두고 가버리는 건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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