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의 행운

by Rinah

면접 마치고 나오자마자 바로 결과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4-5조 인원이 모이면 한 번에 결과발표 하는 형식이라, 내가 있던 대기실에는 15명이 아니라 60여 명의 인원이 있었다.


다들 자기들이 받았던 질문에 대해, 그리고 나랑 같은 조였던 분들은 이 분 진짜 웃겼다고(....) 얘기하며 소란스럽던 대기실은 결과 발표 할 직원분이 들어오자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지원자들이 다들 자세를 고쳐 잡고 앉자, 들고 온 종이를 잠시 바라보던 직원분이 곧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호명되는 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외항사 면접 볼 때 참 사람 떨리게 만드는 순간 중 하나인데, 이렇게 호명되는 인원이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모른다.


호명된 사람만 나가라고 할 때도 있고, 호명된 사람만 남으라고 할 때도 있다.


나간 사람들만 다음 면접장으로 가기도 하고, 그 사람들만 그대로 집에 가라고 할 때도 있다.


먼저 이름이 불린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한 명, 두 명,....


어? 세 번째에 내가 호명되었다.


호명되어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내 심장소리가 너무 커져서 귀가 아프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내가 지금 진-짜 쪽팔려서 이 지경이구나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어어, 이 분 불렸어."

"아 지금 떨어지는 사람 부르는 건가 봐요."

"그럼 많이 부르겠다."

"지금 안 불려야 하는 거네."


안 들리게 얘기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러분.


그런데 나를 부르고 나서, 잠시 들고 온 종이를 쭉 훑어보던 직원분이 이어서 한 말은 완전 예상 밖이었다.


"지금 호명된 분들만 빼고, 다른 분들은 모두 귀가하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사람들이 진짜 당황하면 탄식도 나오지 않는다.


정적 속에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자, 직원분이 재차 말을 이었다.


"호명되지 않은 분들은 여기까지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퇴장해 주세요."


감히 장담하건대, 그 순간 거기서 제일 당황한 사람은 나였다.


내가 통과라고?

나 문워크 했는ㄷ... 내가?


어? 소리도 못 내고 자리에 서있는데, 수십 명의 인원이 나가면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에 박혔다.


"아 짜증나."

"미친거 아냐?"

"무슨 저런 사람이 통과야?"

"면접관 하고 아는 사이 아냐?"


'무슨 저런 사람'은 나를 말하는 거였겠지.

그 말하던 분과 눈이 마주쳤으니까.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그런 일도 있었다고 웃어넘기지만 그 당시에는 얼떨떨하다 못해 오싹했다.


호명된 순간부터 합격자들만 모인 별도의 대기실로 이동해서 다시 착석할 때까지, 살면서 내 심장소리를 그렇게 크게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1차 통과라는 기쁨은 아예 느껴지지도 않고, 뭐에 홀린 사람처럼 서있다가 합격자 대기실로 이동해서 착석하고 나서야 나지막이 뭐라도 중얼거릴 수 있었다.


“..................... .............. ..... 와...... ......허헣?...“


한없이 당혹스러웠던 첫 스크리닝을 그렇게 통과하고,


다른 조들에서도 1차 통과한 인원들이 모두 추려지자, 그 때부터 한 달간의 서바이벌 면접이 시작됐다.



+

나에게는 여러모로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준 싱가포르 항공과 당시 면접관 분들의 선택에 감사할 따름이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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