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그제야 현실이 보였다. 이제 제법 책은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쓸 만한 곳은 없었다. 편집자를 구하는 공고마다 연차 3년이 기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연차가 부족한 자리에도 이력서를 써넣었다. 그래도 나를 뽑아줄 회사가 어디 한 곳은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대신 내 부족한 연차를 메꿔줄 기획안을 항상 함께 보냈다. 회사가 요구하는 서류에 리뷰나 도서 검토서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열에 아홉은 2차를 보러 오라는 연락을 줬다. 다행히 면접 볼 기회까지는 얻은 것이다. 아마도 내가 보낸 기획안에 담긴 시간과 정성을 본 것이겠지. 물론 합격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면접 볼 기회도 소중한 시기였기에 그 정도로도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