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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가는 물고기 Jan 08. 2019

바다, 그 아름다운 블루

깊고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코발트블루, 남색과 청색의 어둠과 밝은 에메랄드가 조금 섞인, 그것은 여름의 바다와 겨울의 바다를 품고 있는 진하고 맑은 색이었다.


그의 눈동자에도  바다가 담겨 있었다.

시원하고 쌉쌀한  해초의 향이 살아 있는 에버그린, 아름다운 블루, 깊고 푸른 그의 심연은 아무도 닿을 수 없는 미지의 바다였다.


그가 찍은 사진은 온통 흑백사진뿐,  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푸른 생명력이 가득한 바다도 그가 본 렌즈의 세상에서는 온통 회색빛으로 물든 추억의 바다뿐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죽어서도  이곳에 뿌려질 사람이다. 나에게 바다는 내 살의 일부이고, 살아 숨 쉴 수 있는 공기, 절대 추억이 될 수 없는 현재 진행형. 그러나 그의 바다는 언제나 과거만 존재했다.


그가 이 바닷가 근처에 사진관을 연 것은 이제 겨우 한 달 반 정도.

예부터 용왕이 산다는 바다 앞이었다.

 한 달에 두 번은 실족사가 있는 곳, 사고이거나, 자살이거나.

그 아름다운 절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어도, 아무도 그 앞에서 가게를 여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와서 사진관을 열었다. 초록의 눈동자를 가진 이방인.

그러나 그의 갤러리에는 온통 흑백의 바다뿐이었다.


"바다색이 없어요!"

"흑백도 색이죠! 사람들은 색이 없다 하지만 분명 색이에요!"

"바다는 흑백이 아니잖아요!"

"바다도 흑백이 될 수 있어요."

" 왜 흑백 사진만 찍으시는 거죠?"

"저는 추억을 찍으니까요."

"색은 추억이 될 수 없나요?"

 "색은 감정을 담이 내기 힘들어요.  붉은색에는 붉은 마음이, 파란색에는 파란 마음이, 이미 눈에 담겨 버려서 감정을 갖기 힘들죠. 감정을 담아낼 수 없는 색이란 쉽게 잊히는 법이죠.."

"바다는 쉽게 잊히는 색은 아니에요."

"그럼 바다는 어떤 색이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파란 바다. 그러나 바다는 파랗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계절마다 날씨마다 그날의 내 마음에 따라 색은 변했다.


"결국 색이란 사람이 만들어서 보는 것에요. 빛에 반사된 환영일 뿐이죠."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의 에버그린을 닮은 눈동자가 내 눈을 현혹시켰다. 이것도 환영일까? 빛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그에 대한 이미지가 온통 그린으로 가득 찰 것 같은 내 기억은 어쩌면 가짜일지도 몰랐다.

"현혹되더라도 색이 있는 쪽이 좋겠어요. 흑백의 기억은 너무 삭막하지 않나요?"

"그래서 용기가 필요해요.!"

"용기?"

"푸른 바다를 흑백으로 찍을 수 있는 용기!  자살하는 사람들은 그날의 바다색에 현혹되기 때문에 물에 빠지는 거예요. 바다를 흑백으로 볼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더 이상 빠질 이유도 없어요."

"그래도 바다는 파랗잖아요.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는 사실인데."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내내 웃는 듯 마는 듯 말을 하던 그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를 응시했다.


"바다가 파랗다는 것은 거짓말이에요. 모두 푸른 바다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바다는 푸른색이 되어 버린 것뿐이죠.."

"그럼 바다는 무슨 색인가요?"

"바다는 색이 없어요. 모든 색을 담고 있으니까. 그러니가 용기를 가져요. 바다를 파랗게 보지 않을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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