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쪽 여자들

ㅡ 희망 ㅡ

by 달 가는 물고기

투명한 어항에 걸어둔 여과기에서 끊임없이 물 소리가 들렸다.


책을 보는 내내 눈이 아파도 나무로 만든 테이블 위에 파란 안경집을 집어 들지 않았다.


아침부터 쓰고 있는 글에 오타가 나도 귀에 들리는 물소리때문에 보이지도 않았다.


나의 아침은 항상 이런식이다.

아침을 먹는대신 어항에 간밤에 줄어든 물을 채우고 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우선이다.


우르르 몰려든 작은 물고기들.


먹이를 주는 손가락이라도 물에 닿으면 스물 두마리의 구피떼들이 정신 없이 내 손을 건드렸다.


물고기도 길들일 수 있을까? 매일 먹이를 줄 때마다 잠깐씩 드는 마음이었다.






누군가와의 대화 끝이 찜찜한 이유를 곰곰히 따져 보았다. 그리고 불현듯 화가 나는 것은 단순히 그녀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나를 탓했다.

보이지 않는 내 속의 또 다른 나는


너는 왜 필요없이, 쓸데 없는 말을 듣고 화를 내는지. 모르는것이 많아서,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혹은 돈때문에 쪼들림을 몰라서 돈이고, 시간이고 모두 자신을 위해 쓰는 사람이라, 고난이나 고생을 몰라 스스로 얻은 병이라 독한 말을 쏟아냈다.


그렇지, 지금의 내 고민이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자의 투정으로, 한가한 이의 시간 쪼개기처럼 보일 수 있으려니 수긍을 했다.




“평생 뭔가를 배우기만 하다가 내삶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하면 너무 불안해요.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안쪽에 살고 있는 나는 언제나 창밖의 삶을 사는 그녀들을 바라본다, 이 세계에는 나와 닮은 수 많은 그녀들이 있었다. 안쪽의 그녀들이 애타게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까?


창밖의 여자들의 예쁜 화장이나 옷, 신발, 가방, 우아한 걸음걸이!

혹은

도도하고 당당한 태도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엣지있는 자신감.


23평 월세 아파트에서 불안한 미래를 위해 보험처럼 따놓는 장식같은 자격증보다 조금은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그녀들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했다.


'안쪽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오후 내내 재봉틀과 전쟁을 치루던. 그녀들은 부쩍 풀이 죽었다.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자신을 놓고 살아가는 시간들, 그 안에서 조금씩 무너지는 그녀들의 자존감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잡을 수 없었다.


그녀들은 오늘의 소중한 하루를 빛을 갚는 마음으로 아등바등,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녀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짠하게 위액이 울렁거렸다. 그저 평범한 여자들, 누구의 아내, 엄마, 자신의 이름을 늘 마지막에 놓아두는 여자들.


그 이름마저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오늘도 자신의 화장보다 아이들의 옷을 만들고 있는 그녀들.


안쪽 세계에서 그녀들의 희망은 그곳에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어디에도 교집합을 이룰 수 없는 나의 희망은 희망이 되어 보지도 못하고 '절망의 구렁텅이'가 되어 버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