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fulness of love
수업 시간에 암장부를 들고 끌질을 하고 있었다. 교수님은 그런 자세로 작업하면 손을 다칠 수 있으니 대고 하라며 이런 걸 주시며 “버리셔도 돼요.”라는 명언 을 남기셨다. 망치를 만들고(일명 ‘요한의 나무망치) 남은 자투리라 했다. 말하자면 망치의 어머니 격 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마리아’라고 부르기로 했다. 언제나 뭔가 쓸모가 있는, 유요한 것을 만들고자 했던 그는 이것은 목수인 자신에게 아무 가치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나의 마리아는 다르다며 예술의 본질은 바로 그 쓸모없음에 있는 거라고 귀띔해줬다. 언젠가는 마리아에 요한의 나무망치를 데려다 포개 놓고 ‘피에타’라고 작품명을 붙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전시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쓸모 없기에, 필요하지 않기에 버려도 되는 녀석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역시나 지금은 왠지 그야말로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언젠간 쓸모없었기에 나에게 가장 쓸모있었던 ‘이것’이 정말 쓸모없어지는 날이 오면, ‘쓸모없음’이란 쓸모 조차 잊혀져 온전히 ‘버려도 되는 것’이 되는 날이 오면, 나무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이분을 북한산 깊숙이 모시고 들어갔다가 혼자 돌아올 생각이다. 마지막 작품을 하나 남기기 위해. ㅎㅎ
2020.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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