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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Jan 04. 2021

습관을 바꾸려면 내 마음을 알아야 한다

연초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 다이어트, 금연, 금주, 독서 등의 습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매번 ‘올해는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 치열하게 살다 보면 계획 세운 지 한달도 안되어 흐지부지 되거나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계획이 얼마나 많았으면 “작심삼일은 삼일마다 계획을 세우며 의지를 다잡으라는 뜻이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돌겠습니까?




사실 어떻게 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특정 행동의 반복은 뇌의 신경세포 간의 연결 패턴을 결정하고, 신경 간의 길이 깊게 나면 우리는 의식하지 않더라도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렇게 뇌 신경망에 깊게 각인이 된 행동 패턴(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체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하는데, 3일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것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반복되면 좌절감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게 되고, 내가 원하는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떨어집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 해도 자기효능감이 부족하면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운동습관을 들일 때는 아예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거나 개인 피티를 받는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서로 독려하고 자극을 받으며 진행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런데 담배, 술, 폭식, 도박중독, 쇼핑중독 같이 자기파괴적 습관(나쁜 습관)을 교정하는 데는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나쁜 습관들은 대부분 자신을기쁘게 하거나, 위로하거나, 기분 좋게 하거나, 평정심을 유지하는 등과 같이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습관은 처음에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서 끌어내는데 분명히 도움을 주었고, 그 행동을 선택한 이유 역시 당시 힘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행동에는 초조함을 달래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고, 폭식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데는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채우려는 마음, 초콜릿을먹을 때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 쇼핑을 할 때는 행복해지려는 마음, 도박을 할 때는 큰 돈을 벌거나 잃은 돈을 되찾고자 하는 좋은 의도가 우리를 그 행동으로이끕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문제로 외로움, 공허함, 슬픔, 거부감, 불행감이 반복되고 지속되다보면 술, 담배, 음식, 쇼핑을 찾는 횟수도 많아지고, 어느덧 습관화 됩니다. 습관화 된 행동은 외로움, 공허함, 슬픔, 거부감, 불행감이 없을 때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결국 폭력, 비만, 질병, 재산탕진, 가족 해체 등의 나쁜 결과가 초래됩니다.


어떤 도박 중독자가 “한번만 더 하면 손목을 자르겠다”는 마음으로 도박을 끊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증언을 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도박을 할 가능성이 낮아지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을 압박하는 방법은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기 비난과마찬가지로 압박은 상처만 입힐 뿐입니다.


이런 종류의 습관의 경우에는 내면의 좋은 의도를 파악하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 대체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내면의 동기를 파악하고, 부적응적 행동의 바탕에 숨은 불안, 분노, 고독 등 다양한 감정과 대면하고 해결할 마음을 먹었을 때 변화의 동기가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내적인 동기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필자 역시 폭식으로 크게 고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부모님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것이 큰 상처가 되어 평생 우울과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셨는데, 그러한 감정을 술로 이겨내려 하셨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저 역시 외롭거나 공허한 마음이 들 때 습관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고, 남는 것은 자괴감과 후회 뿐이었습니다.  


폭식을 하는 습관이 없어진 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하고 충만감을 느끼는지’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입니다. 자유의지에 기반하여 스스로를 기쁘게 만드는 경험들을 의도적으로 찾아서 실행하다 보니, 폭식 습관이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입니다. 식이 조절을아무리 하려고 노력해도 안되던 것이 마음을 편안히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 것이죠.




자신의 행동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의 감정, 내적 충동, 자기 욕구를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하게 충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할 지 결정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슬픔, 좌절, 화남, 외로움, 공허함 등)을 숨기고 살거나, 마치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갑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감정을느끼거나 표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행복만을 바라는 경우에도 다른 경험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감정은 억압 할수록 감정과 관련하여 자율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은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되어 나타나게 되죠.   


진정한 변화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내면세계에 관심을 갖는 데서 시작됩니다. 왜 나는 술을 많이 마실까? 왜 나는 담배를 끊을 수 없을까? 왜 나는무리해서라도 명품을 사야 하는가? 그리고 변화를 해야겠다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자기 인식을 통해 변화 동기가 높아졌다 해도 지금이 변화의 시기라는 느낌, 매순간 노력하겠다는 마음의 준비, 결단이 없다면 실제 행동 변화가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릴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존의 행동과 다른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거나, 본인의 성향을 억누르는 데는상당한 심리적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다가 업무 과다나 인간적인 갈등의 고조로 심신이 지쳐있을 때, 하루 아침에 통제가 무너진 경험이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입니다. 변화 행동이 지속되려면 원래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힘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적절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자기관리(self-regulation) 능력이 붕괴되지 않게 만드는 것도 변화를 위한 핵심 전략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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