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중인 전시회를 검색하다가 눈길을 사로잡은 제목이 있었다.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포도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전시인데 나이 들고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고독한 일상을 예술적인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단다. 노년과 치매라는 극단적인 상황도 시선에 따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기획 의도가 참신했다.
기획의도를 모른 채 전시 제목만을 보았을 때 첫번째로 떠오른 단어는 ‘과거’
과거처럼 빛이 바랄수록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고통스러운 남의 과거는 흠으로 인식되지만, 자신의 과거는 그 어떤 것이든 아름다운 파편들이 남아있다.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아장아장 걷는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묻힐 장소를 찾아다니던 그 때의 기억은 밝은 햇살, 아이의 보드라운 살 느낌, 봄 풍경, 파릇파릇한 나무들, 엄마 얼굴, 약간의 슬픔 등과 같은 장면이 모자이크처럼 짜여져 아련함으로 남아있다.
누구나 삶에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 그 당시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아름다웠던 순간도 있을 것이다.
내가 예술가들에 대해 특히 존경하는 부분은 과거가 아닌 현재, 매 스쳐가는 일상의 순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예술적인 시각과 감성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예술가처럼 현재의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안목을 가진다면, 매일 매일이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로 채워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