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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Nov 03. 2020

회사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김과장은 속정이 깊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동료나 후배가 도움을 요청하면 밤을 새서라도 도와주고, 사기 진작을 위해 밥이나 간식을 잘 사주기에 “밥 잘사주는 착한 선배”라는 별명이 생겼다.  


얼마 전에는 동료 직원이 까칠한 팀장에게 지속적으로 비난과 모욕을 받고 나간 뒤에 교통사고가 난 사건 때문에 자발적으로 동료가 해야하는 과업 일부를 떠안았다. 사실 본인 업무, 동료 업무, 수시로 들어오는 도움 요청으로 휴식이나 일과 삶의 균형은 꿈도 꿀 수 없고, 만성 피로와 수면부족에 죽을 것 같은 생각도든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도움으로 곤경에서 벗어나거나 고마움을 표할 때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어 도움을 뿌리칠 수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왠지 서운한 감정이 더 앞선다. 예전에는 미안해하며 도움을 요청하던 후배와 동료들이 이제는 김과장의 호의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것 같기 때문이다. 김과장은 하루종일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는데 업무시간에 카페에 가서 히히덕 거리며 커피를 마시는 동료와 후배들을 보면 배신감이 느껴진다. 나의 진심이 상대에게는 하찮게 여겨지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이제는 마음의 거리를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면 안되’


집에 가서 유투브를 뒤적이는데 회사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영상이 뜬다. 클릭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회사 동료는 동료일 뿐 회사에서 친구를사귀는 것은 어리석다는 조언을 하고 있었다. 내가 바보였나..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동료나 후배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나니 행복감이 더 낮아졌다. 사람들과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친밀함을 유지하는 것에서 큰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김과장에게 거리두기는 정말 고문과 같았다. 마음이 그렇게 황폐할 수가 없다. 인생의 색깔, 향기, 맛, 냄새, 촉감이 모조리 빠져나간 듯한 느낌에, 회사에 나오는 것이 고통스러워졌다. 세상에 온통 내편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회사에 대한 정도 떨어지고, 일하는 의욕도 나지 않는다.


“어찌하오리까!”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다는 말에 아마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특히 조직 내 신뢰수준이 낮고, 사내 정치가 만연하며, 경쟁이 심한 곳이라면 직장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메슬로우의 욕구단계 이론에 의하면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관계 욕구, 인정 욕구, 자아실현 욕구는 인간의 타고난 기본 욕구이다. 직장이라고 해서 관계욕구가 생기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직장에서 친밀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관계 욕구를 애써 억누르거나 다른 사람들과 약한 관계를 맺는데 만족해야함을 의미할 수 있겠다.  


단계 이론이라 함은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이 되어야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직장에서 관계 욕구가 좌절되는 것을 욕구 단계 이론관점에서 보면, 하위 단계인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직장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기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기에 친밀함에 대한 욕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 간의 관계가 이해타산에 기반할 때, 나의 진심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내가 마음을 준 사람이 나를 언제든 배신할 수 있을 때, 사람의 가치가 직책이나 권력에 기반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우정을 기대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기에 우리는 자신을보고하고자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


그러나 일반적인 견해와 달리 직장에 친구가 있을 때 장점이 더 많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직장에 가까운 친구가 있는 경우 업무 효율과 직장만족도가 더 높은 경향이 있다. 톰 래스의 연구에서는 직장 내 ‘절친’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업무 몰입도가 7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여러 연구에서 직장에서 ‘절친’이 있다고 밝힌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고객에게 더욱 관심이 높고,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하고,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안전사고 비율도 낮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친구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함이 밝혀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긴 시간 동안 실시한 종단연구에서는 아는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지원을 활용하는 사람이 소셜 네트워크의 힘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입을 올린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타인과 그들의 동기에 대해 신뢰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협력할 기회를 무시했다. 이러한 결과는 1차 연구 종료 후 2년, 9년 후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예일대 교수인 마리사 킹은 팀원들이 친하고 서로 지지를 하는 경우 성과가 높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스트레스가 적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관계는 인지기능, 회복탄력성, 업무 몰입의 강력한 예측변수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3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사회적 고립이 비만, 흡연, 알코올중독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구성원이 동료에게 강한 애착과 결속을 느낄 때 더 높은 차원의 안정감을 느끼며,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고, 더 높은 수준의 업무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직접 과제에 참여해 동료와 함께 연관을 맺을 때 놀라운 성과를 도출할 수 있기에 조직에 대해 소원하게 느껴지고 동떨어진느낌이 드는 사람은 큰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사에 의하면 직장에서 친구 관계를 증진할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에서 일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5명 중 한 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은 일을하는 곳이고,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직장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장려할 일도 아니라는 암묵적인 믿음이 아직도 많은 조직들 안에팽배하게 자리 맺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직장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절대 사치가 아니다. 많은 리더들이 인터뷰에서 팀원들과 서로 함께 나누는 기쁨과 즐거움이 없었더라면 최고 성과 달성에 수반하는 일의 압박감과 강도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일터에서 친구를 사귀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몇 번 시도해보고 상대의 마음을 얻거나 친밀 해지기 어렵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사람들이 서로 친구라고 인식하려면 보통 80-100시간, 절친으로 생각하려면 200시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친구가 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물리적 거리가 좁혀질수록 단축된다고 하니 가까이 있는 동료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이외 공통점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되기에 동호회나 취미활동을 통해 친구를 만드는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을 느끼고 최고의 성과를 발휘하는 직장생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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