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혹은 ADHD 아님 그 어딘가
“I’m an unique and interesting kid.”
우리 아이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영어로 자신을 이렇게 확신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감사했다.
영어보다 한국말이 유창한 나도 우리 아이를 표현할 단어를 찾기 쉽지 않다.
특별한, 독특한, 별난, 특이한, 이런저런 말들을 떠올려봐도 아니, 아니다. 뭔가 다 부정적이야.
자폐에서부터 adhd 비스므레한 것까지 끝없이 펼쳐진 자폐 스펙트럼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쓰이는
이런 단어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를 나타낼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찾은 병원에서는 정확한 병명을 기입해 주지 않았다.
결론 부분에서는 Socially Immature이나 Attention Problem 같은 것이 쓰여있었다.
의사는 adhd 약을 권했다.
머리는 똑똑해서 약을 먹으면 학교에서 공부를 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약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되는 것도 포기했다.
요즘은 하도 adhd가 많아서 유아들부터 성인들까지 약을 찾는다.
부작용이 생기면 돌아가며 먹어볼 약들도 천지에 널렸고 해외 선진국에서는 더 많이 먹인다고들 한다.
연예인이 된 오은영 선생님 덕분에 많은 국민들이 본인의 adhd 자식에게 약을 먹이지 않고
남의 귀한 자식에게 민폐를 끼치는 부모들을 원망하는 세상이 되었다.
심지어 adhd 가 심각하지 않더라도 학교에서의 주의 집중을 위해 약을 먹이기도 한다니까.
통상 자폐나 adhd는 완치가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그저 우리는 그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잘 적응하고 살아가도록
관심을 갖고 도와주어야 한다고들 한다.
단지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학교 잘 다니고 공부 잘하는 것일 뿐.
그럼 과연 말로만 들었던 해외 선진국에서 우리 아이는 어떤 식으로 진단을 받으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매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고 우선은 1년 만이라도 캐나다에서 학교 생활을 해보며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영어 때문에 조기 유학도 밥 먹듯 나가는 마당에 이것도 못하면 말도 안 되지 생각하며 도전했다.
아. 내 머릿속에서 애매한 아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
한국의 병원에서는 아이가 전형적인 adhd 아동의 모습을 보이진 않지만
그 비슷한 성향을 보일 수도 있어 학업 성취도가 매우 낮을 거라고 했다.
이도 저도 아닌 뭔가 금을 밟고 서있는 애매함이었다.
사실 캐나다에서도 그런 느낌은 확실했다.
만약 아이가 심한 멘털 이슈가 있었다면 엄청 적극적인 도움을 받았을 텐데
뭔가 그 마지노선에 못 미치는 애매한 위치라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이 애매함에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싶으면서도 뭔가 부족한 모습이 덜컥 겁이 난다.
아마도 내가 찾곤 했던 그 카페에 등장하는 어느 정도의 아이들은 단지 그냥 애매한 아이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