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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van Jan 30. 2024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

거북맘? 토끼맘?

“아이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애들은 무조건 적응 잘해요. 엄마나 걱정하세요 ㅎㅎ”


캐나다 오기 전 걱정스러운 마음에 어디든 질문도 써보고 검색도 해보며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그즈음 가장 많이 듣던 이야기이다.

그래, 나도 이걸 보면서 힘내고 위로받았었더랬지,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말이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우리 아이가 캐나다 와서 사람 되었어요, 나는 이제 살 것 같아요, 

이런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

지금도 나는 아이 걱정을 하고 아직도 이런 점이 문제구나 실망하고 좌절하며 

어떤 선택이 아이에게 좋을지 망설이는 일 천지다.


내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느꼈던 것들, 그리고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번번이 퇴소당한 후 

비싼 놀이학교를 전전하면서 확신한 것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공립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면서 경험한 모든 일들로 인해 결정한 

캐나다행이 나와 아이에게 어떠한 변화를 주었는지 글로 남기고 싶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걱정될 때마다 들르곤 했던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다.

거북이 같은 아이의 엄마와 토끼 같은 아이의 엄마들이 모여 만든 카페이다.

(느린 아이는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아이를 말하며 

빠른 아이는 adhd와 같이 에너지 넘치게 행동하는 아이를 말한다)

거기에 올려져 있는 글이나 댓글들을 보면서 위로도 얻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걱정을 한가득 짊어지고 나올 때가 많았다.

이런 증상이 있는데 이 병명이 맞나요? 내 아이와 같은 증상이네. 휴우. 그럼 얘도 이 병인가?

아이는 다 달라도 엄마들의 증상은 하나같이 똑같았던 것은 분명하다.

아이를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어떤 행동 하나만 해도 걱정스러우며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보이는 게 매우 슬프고도 무섭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는 그 카페를 끊고 나만의 삶을 살았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 나와있는 무수히 많은 타인들의 경험과 조언들로 살아가기엔 

내 인생 그리고 내 아이는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은 다 다르다. 비슷할 수는 있어도 모두 다르다. 

이런 생각으로 캐나다에 도전했다.


캐나다 와서 6년이 흐른 즈음 어느 날 문득 나는 달라졌는데 그 카페는 여전할까 궁금했다.

당연히 나이는 나보다 어린 엄마들이 모여서 그때의 나처럼 활동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 마치 데자뷔...

내가 지금 여기 나와 있어서인지 이런 글들이 눈에 띄게 보였다.

외국은 이러지 않다던데, 캐나다로 가면 어떨까요, 지긋지긋한 한국……


뭔가 말해주고 싶었다. 얼마나 답답할까.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것이 깨끗한 포기라도 아니면 엄청난 용기라도.

그런데 거기에 써봐야 그저 지나가는 타인의 경험담일 뿐 아무런 조언도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글로 한번 남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와 우리 아이의 스토리를 적을 뿐이지, 남에게 조언하거나 도움이 되려고만 쓰는 것은 물론 아니다.

캐나다는 나를 그리고 우리 아이를 이렇게 살게 해 주었어요 라는 작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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