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내 지역 선정 후 초등학교 선택
아이가 캐나다 학교에 맞는지 알아보려 왔는데 그 맛도 못 보고 쫓겨나다니…
이게 모두 우리가 영주권이나 시민권 소유자가 아닐 뿐 아니라
입국 시 부모의 워크퍼밋이나 스터디퍼밋이 아닌
유학생인 아이의 보호자 신분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모가 워크퍼밋을 갖고 일을 하거나 스터디퍼밋을 가지고 공부를 할 경우에만
캐나다의 의무교육기관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고 절대 잘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젠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봐야지.
다행히 아이가 어학원 ESL에서 너무나 적응을 잘해주었고
그 틈에 우리는 워크퍼밋을 받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수많은 시련과 인고 끝에 결국 우리는 워크퍼밋을 받고 아이를 공립 초등학교에 다시 들여보낼 수 있었다.
아이가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다른 학교에 왜 잠깐 머물다 나와서 학원을 다니다 왔는지
전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었다.
아이는 1학년을 마치고 들어와 2학년을 건너뛰게 된 셈이고
9월부터 다시 3학년으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거처도 옮기고 싶었기 때문에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역이었다.
한국처럼 학군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고 다 거기서 거기다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아이들이 별로 없는" 학교였다.
요즘 "한국 아이들 없는 곳"을 선호한다는 조금의 눈치라도 보인다 하면,
득달같이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왜 서로 피하냐", "굴러온 돌이 박힌 돌보고 뭐라 하네",
"여기 한국 아이들은 다 너보다 영어 잘한다", "오히려 너네 같은 유학생들 때문에 우리가 더 피해 본다."
등등 매우 기분이 좋지 않다는 힐책 수준의 답들이 돌아오기도 하고,
"한국 아이가 한두 명 있어야 적응에 도움이 된다.", "동네 수준이 높은 곳에는 한국 아이들이 많다."
등등의 현실적인 조언들도 많다.
살다 보니 이 모든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중국 사람들은 서로 똘똘 뭉치는데 우리는 항상 서로 피하려고만 하고,
그게 단지 영어 능력 증진을 위해서라고 하면
그냥 한국에서 머물며 학원을 다니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 오래 머문 한국 아이들은 오히려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국에서 갓 온 유학생들에게 욕을 배우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에 반해,
학교에서도 기존의 한국 아이들이 유학생들의 적응을 돕도록 지도할 정도로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서 오히려 없는 곳보다 훨씬 낫다는 것도 알고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고 학군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은
당연히 좋은 동네일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
그리고 이는 과거의 사례들을 조금만 조사하면 유추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가 "한국 아이들이 별로 없는" 학교를 찾은 이유는
영어 문제도 아니고 학군 문제도 아니고 오로지 우리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인데,
아이가 한국 아이들과 트러블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언어 소통이 잘 안 될 시,
아이로서는 당연히 한국 아이들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된다면 한국에서와 똑같은 일이,
그리고 여기서 처음 겪은 일들이 다시 생겨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고 여기저기 기웃대며 조사 분석한 결과
한국 유학생들이 몰려 있는 학교가 어디인지 파악했고
그곳들을 피해 거의 지도 끄트머리의 한적한 동네를 찾아냈고
우리가 살만한 작고 깨끗한 콘도를 발견했다.
물론 한국 유학생들이 많은 곳이 동네도 좋고 학군도 좋은 곳임은 분명하고
그것은 나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바였지만 우리는 거기서 멀리 벗어나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고 편의성이나 쾌적함과 매우 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현재 여기도 한국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 되어있다.
그래도 아직도 아이의 반에는 아이가 유일한 한국 사람이거나,
그나마 한 반에 한 명정도의 한국 아이가 더 있었고,
그 아이들은 아예 영어가 더 수월한 아이들이었다.
다행히 학교는 소박하고 아담하며 그 옆에 놀이터와 공원이 넓고 푸르른 곳이었다.
덕분에 아이는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신나게 풀밭을 뛰어다니고
하교 후에도 놀이터에서 열심히 놀다 오는 생활을 계속했다.
나도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에 그 옆 우거진 숲 같은 공원을 한 시간씩 산책하며
건강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안정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학교 선생님은 정말 은퇴를 얼마 앞두지 않으신 티가 팍팍 나는 호호 할머니 선생님이셨다.
그 연륜과 경험으로 우리 아이를 잘 보살펴 주셨………………
이 아니라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신 것 같다. 상담 시에도 아무 말씀 없으신 거 보면…
난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우선은 시간이 후딱 가서 아이가 크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문제가 있었음에도 아무 말 안 하시는 선생님은
그저 아무런 열의도 없는 분이라는 것일 뿐. 고마워할 일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무난하게 1년을 보냈다고 생각하고 아이가 캐나다 공교육과 매우 잘 맞는구나 생각했지만
문제는 그다음 해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