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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van Feb 27. 2024

검사 준비 과정

캐나다 자폐 진단 검사 전 과정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검사하여 진단 비슷하게 받아보았고 

우리도 모르는 바 아닌 아이의 성향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한번 검사하고 진단명을 알아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는 아이가 캐나다 공립학교 시스템에 맞는지 알아보고자 왔으니 

선생님이 권하는 대로 해야 하고 

나아가 캐나다 공공 의료 시설에서의 검사 결과를 받고 

그에 맞는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받아보는 게 옳다고 보았다.




이제부터는 단지 검사 전 준비단계에서만 들였던 노력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한인메디컬클리닉에 전화를 해 예약을 하고 2주 후 방문을 하였다. 


사실 여기서는 어디가 아프던 그때마다 내가 지정한 패밀리 닥터를 방문하는 게 첫 단계인데,

실제로는 패밀리 닥터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우선 내가 조사하고 심사숙고 고른 병원에 연락을 하여 패밀리 닥터가 되어줄 수 있냐 문의를 해야 하고, 

그쪽에서 가능하다 하면 방문하여 의사와 대화하고 결정하는 것이 절차인데,

요새는 아주 새로 오픈한 병원이 아닌 이상 패밀리닥터 제안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이 드물다.

이미 받을 수 있는 고객의 수가 꽉 찼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제 병원이 하나 오픈 했다 하면 오픈런해야 할 판이고, 

거기다가 엄청나게 많은 지원서를 받고 그중에 심사를 하여 의사가 고객을 고르는 판국이다.

뭐 영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무료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의 병원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바이니 여기서 한탄은 그만...


어쨌든 패밀리 닥터가 없는 우리는 말 그대로 Walk-in으로 병원을 가야 한다는 거다. 

그냥 아무 병원이나 들어가서 예약 손님들 사이에서 무작정 기다리거나,

급하지 않은 경우는 전화 예약을 하는데 그게 거의 2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아플 때 영어로 설명하는 게 가장 곤욕이라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인병원을 찾게 되고,

그러면서 한국말을 어설프게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의사가 있다면 거긴 더욱 미어터진다. 


아무튼 나는 예약하고 2주 후에 방문하여 편하게 한국말로 다 설명을 하였고,  

의사는 소아과로 refer를 해주겠다 했고 

소아과에서 전화가 오면 스케줄을 잡으면 된다고 한다. 


그로부터 2주 정도 후에 소아과에서 전화가 온다. 

4개월 후의 날짜로 예약해 주면 가능하겠냐고 묻길래 첨엔 잘못들은 줄 알았다. 

이때부터 기다림이 시작되었고 코비드도 함께 시작되었다.


계절이 2번 바뀌려는 참에 소아과 예약 날짜가 되었다. 

아이와 함께 방문했으면 좋았으련만 코비드로 인해 대면진료가 모두 전화진료로 바뀌었고 

안 그래도 어려운 영어를 유선으로 하게 생겼다. 

아무래도 전문의는 패밀리 닥터나 워크인클리닉 의사가 정해주는 곳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한인 의사를 고를 만한 여건이 되지 않고 그나마도 없을 확률이 많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고 우리는 1시간 동안이나 전화로 

아이의 출생에서부터 현재의 상황까지 문답형태로 진행하였다.

질문도 많았을뿐더러 모르는 표현은 정확히 설명해 달라고 하고 대답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 듯하다. 

아니, 사실은 여기는 모든 게 다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의사 선생님은 한 달 후로 다음 진료 시간 예약을 해주었고 

그 사이에 부모와 선생님이 적어 보내 줄 체크리스트를 잔뜩 보내 주었다.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익숙한 이런저런 종류의 문답지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의 어릴 적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지금 현재 우리 아이에 대해 설명하는 것조차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무뎌지고 지쳐간다.


아이의 학교 선생님도 바쁜 시간을 쪼개서 많은 양의 체크리스트에 답해주시고 

부모를 거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직접 소아과에 우편으로 보내주셨다. 

여기는 이메일이 해킹의 위험이 있다고 절대 이메일로 중요한 의료 정보를 보내지 않는다며

  우편으로 보내라고 하여 정말 아날로그 방식으로 우체국도 가봤다.


하지만 이것은 후에 또다시 되풀이된다.

왜냐하면 소아과에서 다른 기관으로 refer를 해줘서 

다시 그 비슷한 체크리스트를 한번 더 작성해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에휴...

 

한 달 후 다시 의사 선생님과 통화를 하였다. 

다시 이것저것 묻더니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보통은 소아과에서도 의사가 확신하면 검사가 이루어지고 진단도 가능하다고 하던데,

학교 선생님의 체크리스트는 "Gifted Child"의 모습이 보이고 

엄마의 체크리스트는 "ADHD" 성향을 띤다고 한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주 먼 훗날 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 검사를 했다.)

결론적으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다른 검사 전문 기관에 리퍼를 해줄 테니 

다시 그들이 연락할 때까지 대기하라고 있으라 하고 마무리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것이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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