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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van Feb 02. 2024

캐나다 부적응기

캐나다 초등학교 퇴학

아이는 캐나다2학년 아이들이 겨울방학으로 2주를 쉬고 다시 등교하는 

1월 첫 주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첫날이라고 우리를 마중 나온 교장 선생님 눈빛이 뭔가 싸하다.

아이가 교장 주변을 한번 돌고 두 번째 돌기 시작했을 때 교장은 아이의 두 팔을 꽉 잡고서 뭐라 뭐라 했는데 말이 너무 빨라 나도 못 알아 들었다.

교실까지 안내를 받아 가서 아이 선생과 인사하고 아이를 교실에 놔두고 나오는  마음은 분리 불안  자체.

이제까지 천번 들어온 “아이는 무조건 적응 잘하니 엄마나 잘하면 된다” 

 말을 되새기면서 불안을 떨치려 애썼다.


이러면서 며칠이 흘러가고 아이는 학교에 대한 특별한 말도 없었고 

그때 마침 빠져있던 포켓몬 카드에만 열중이었다.

우리는 가끔 학교에 몰래 가서 아이들이 점심 도시락 먹고 나와 노는 시간에 

멀찌감치 숨어서 아이를 찾아보곤 했는데 혼자 땅 파고 노는 모습이 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적응 단계려니 하고 보통 아이들도 그런 단계를 거친다고 하니  참고 지켜볼 수밖에.


어느 날 선생님으로부터 일일보조교사와 같은 역할 제의를 받았다.

그날 하루 한 시간 교실에 들어와서 그 반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자기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 했다.

사실 아이 학교 생활에 잘 참여하지 않는 편인 나였지만 이번엔 좀 다르니 하겠다고 나섰다.


교실 안은 정말 난장판.

아이들 18명 중 10명은 돌아다니고 있었고 5명은 서서 무언가를 하고 있고 아이들의 입은 쉬질 않았다.

캐나다는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에 쓰여 있는 단어를 따라 쓰고

그림 그리고 색칠하고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둘러보니 글씨를 제대로 쓰고 있는 아이가 거의 없었다.

중간중간 아이들은 선생님이 앉아있는 책상으로 가서 

얇디얇은 책을 소리 내어 읽고 돌아와서 다시 하던 것을 계속 이어갔다.


그렇게 기빨리며 다녀온 한 시간 남짓한 그 시간이 그간의 나의 불안을 잠재워 주었다.

이 정도의 산만한 교실에서 우리 아이는 전혀 튀지 않을 거고 

사실 더 심한 아이들도 많이 있으니 짐짓 안심이 되었다.

다른 한국 엄마들이라면 아마 캐나다 교육에 실망할 것이 뻔하지만 

공부에 관심을 끊은 나로서는 이 정도면 매우 만족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상상도 못 하던 반전이 일어났다.

학교의 급한 호출에 면담을 가게 되었는데 

담임은 매우 분노가 치밀지만 인내하고 있으니 건들지 말라는 표정으로 

양옆에 교감과 교육청 관계자까지 끼고 앉아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로 인해 이제껏 겪었던 수많은 경험 상 

뭔가 올 것이 또 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는 다 같이 Gym으로 가는 시간에 자기는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며 

선생이 계속 가라고 말하니 가슴을 부여잡고 밀었다고 했다.

선생은 그 가슴이 어느 부위인지 손수 자신의 손으로 재연하면서 화를 참지 못했고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는 아이가 영어를 못 알아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빌다시피 했지만 선생은 그럴 리 없다며 단호박.




그렇다. 이렇게 캐나다에 온 지 한 달 정도 만에 아이는 퇴학당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던 캐나다 유학이 이렇게 끝이라고? 말도 안 돼.

캐나다는 다르다면서요? 좀 부족한 아이들도 사랑으로 보듬어준다면서요?

모두 다 평범한 아이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아이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장점을 잘 살려준다면서요?

뭐 이런 걸 어디다 말할 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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