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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Jan 13. 2019

친해지기 참 어렵다, 너.

아빠는 어떻게 딸과 애착 형성을 할 수 있을까?

 아빠가 되어본 것도 처음이고, 형제라곤 형 밖에 없었던 터라 ‘아빠와 딸’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정립되어 가는지 추측조차도 힘들었습니다. 몇 년만 지나도 성별의 다름으로 인해 딸과의 교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터, 어떻게 하면 제약이 덜한 시기에 딸과의 애착을 더 많이 형성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었구요. 그중 딸과의 애착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몇 가지 경험들을 추려서 정리해 봤습니다.


1. 딸과 함께 목욕하기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신체적으로 아빠와의 다름을 깨닫고 이에 더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나이가 되면 절대 ‘함께’가 불가능한 게 목욕이라 일찌감치 시작했습니다. 둘째, 딸아이와의 교감을 위해 목욕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셋째, 저녁 이후의 목욕은 아이를 재우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경험했기에 다소 긴 시간을 기꺼이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목욕을 하다 보면 불쑥 나오는 난감한 질문들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딸내미와의 목욕은 애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욕조안에서의 다양한 놀이도 아이에게 충분한 기쁨과 행복을 준 듯하고 말이죠.


2. 손발톱 깎아주기


 이는 전적으로 아내의 권유로 시작했습니다. 아빠의 육아 1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역시 막연하게 좋을 거란 생각으로 우선 시작해 봤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달만에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손발톱을 깎아주기 위해 필수적인 스킨십은 애착 형성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손발톱 깎아주기는 잘 어르고 달래야 가능한 일이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기에 혼자만의 ‘아이 다루기’ 스킬을 터득하기에도 딱 좋았습니다. 둘째, 아이와의 애착 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손발톱 깎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겁니다.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 “나도 한 번 해볼래!”라는 당찬 결심으로 갑자기 시도했다간, 그 간의 애착마저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죠. 셋째, 다양한 놀이 및 대화로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손톱을 먼저 깎을지 물어보기, 아빠 손톱과 비교하기, 손금으로 대화하기, 손바닥 마주치며 놀기 등 다양한 파생이 가능합니다.

 

3. 머리 잘라주기


 이건 그냥 재미 삼아 집에서 머리를 잘라주기 시작한 건데, 딸내미도 재미있어하고 아빠인 저도 묘한 성취감이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미용실 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죠. 다만, 미용 도구의 부재로 유아 식탁의자와 세탁 비닐을 대체재로 사용 중이라 딸내미에게 조금 미안합니다.^^


4. 끊임없는 수다


 평소 말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끊임없는 질문에 끊임없이 대답을 해줍니다. 쉬운 듯하면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엔 질문으로 맞대응하곤 하지요. 굳이 대화 자체를 아가 수준에 맞출 필요를 못 느껴, 거의 친구 만난 수준으로 대화를 했더니 만 두 살이 넘어가면서부터 딸내미가 저와 비슷한 수준의 문장들을 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쓰는 언어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언어 길’을 트는 과정에 있는 아가에게 각자가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해주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는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부분들도 다양해질 것 같네요. 늘 다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라 쉽지 않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는 만큼 아빠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딸이 바라는 아빠의 모습도 있을 테니,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아빠로서 더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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