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아빠는 따로 자야 한다?
아이를 낳기 전, ‘출근’이라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명분으로 아빠들은 엄마/아이와 다른 방에서 자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막연하게 아이를 낳고 나면 난 다른 방에서 그나마 편하게 잘 수 있겠구나 싶었죠.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자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아내의 육아 방침은 ‘잠자리는 함께!’였습니다. 출근만 안 한다 뿐이지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있으면 엄마라고 대낮에 편히 잘 수 있겠나 싶어 이해했죠. 또 제가 딱히 깊게 자는 편은 아니라 생활이 안 될 만큼 힘들지도 않았구요. 근데 그렇게 지내는 것도 하루 이틀. 회사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아지는데 밤에 잠까지 제대로 못 자니까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여보, 남들하고 비교하는 건 아닌데 말이지.. 출근해야 되는 나까지 함께 자는 걸 강조하는 이유가 있어?”
“출근하는 오빠 위해서 얼마든지 따로 잘 수 있지.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보상 심리’가 있어서 그런 ‘배려’도 결국 쌓일 수밖에 없을 거 같아. 그런 불씨를 아예 만들지 않는 게 길게 보면 더 좋지 않겠어?”
그렇습니다. 다음날 중요한 미팅 등으로 제가 일찍 자야 되는 경우는 흔쾌히 다른 방에서 자게 해 준 아내였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저런 불만이 쌓일 수 있다는 걸 예견하고 ‘함께 자기’를 제안한 아내였습니다. 절대 비교하지 말자면서도 ‘왜 난 다른 방에서 못 자는 걸까?’라며 소심한 불만을 가졌었던 제가 부끄러웠죠.
힘들어도 방 분리를 하지 않고, 한 방에서 도와가며 육아를 하니 피곤함이 가중됐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른 지금 돌아보니 그 덕에 우리 부부가 얻게 된 특혜는 셀 수 없이 많더라구요. 자고 나면 일상적인 삶이 있는 아빠들보다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하루가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좀 더 길게 보고 서로를 배려하면 어떨까 하는 육아하는 아빠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