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도 하나의 직장일 뿐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회사를 선택하는 게 먼저인지, 직군을 결정하는 게 먼저인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 회사를 먼저 선택하자니 그 회사의 구체적인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그렇다고 직군을 먼저 결정하자니 대학까지의 경험만으로 저에게 맞는 직군을 결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말입니다. 현재는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취업을 준비하던 당시에는 '영업'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막연하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해외 영업'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해외'라는 수식어가 제가 생각하는 영업에 대한 편견을 깨 주리라는 헛된 기대를 안고 그렇게 지원을 했던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현재 다니는 회사는 다섯 번째 회사입니다. 하지만, 취업 때 고민했던 부분들이 이직의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안 맞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사람, 업무, 고객 등 다양한 형태로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렇게 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직 시장에 뛰어들었던 겁니다.
몇 차례의 이직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 새로운 직장과 문화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배운 것들이 무궁무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듭니다. 제 이직이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낭비였을 것이고, 개인인 제 입장에서는 일부 시간 낭비였을 테니까요.
좀 더 많은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현실적인 분석과 조언을 해주는 선배가 있었더라면?
대학 생활을 단순히 스펙 쌓기로 보냈던 건 아닐까?
나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좀 더 쏟았더라면 어땠을까?
이직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 과정을 겪으며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서 좀 더 미리 생각하고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랬더라면 적어도 어느 쪽이든 '낭비'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고요.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직장에 대한 고민은 직장이 하게 내버려 두고, 개인은 직업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좋은 직장에 다니고 계신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비교적 쉽습니다. 그 기준이야 천차만별이지만 어찌 됐건 '좋은' 회사는 분야별로 순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매년 업데이트까지 해주고 말입니다. 여성이 다니기 좋은 회사,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 근속연수가 가장 긴 회사 등 다양한 기준으로 분야별 순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좋은 직장이냐는 질문에는 본인의 가치관과 회사의 그 분야 순위에 근거하여 대답하면 되니 상대적으로 대답이 어렵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저런 대화 뒤 아래와 같은 씁쓸한 말들이 오고 갑니다.
회사만 좋지 뭐.
회사가 거기서 거기지 뭐.
좋은 회산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아니야.
사실, 회사가 좋은지 아닌지보다 그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많은 만족과 성취를 느끼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좋은 대학에 가라고, 또 좋은 회사에 입사하라고 하기에 그저 그랬을 뿐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달려오다 보니 정작 자기 자신의 성취감은 신경도 못 썼고, 어느 순간 돌아보니 알 수 없는 공허함만 가득한 겁니다. 더 나아가 정도가 심해지면 장점을 보고 들어온 회사에서 단점만 들춰내는 직원으로 둔갑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시나요?
내가 다니는 회사가 좋은지 아닌지는 여러 객관적 지표 덕분에 대답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본인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대답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좋은 회사로의 입사를 최종 목적지로 설정해 놨던 분들에게 저 질문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왜 이 회사에 들어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하고 맞는 걸까?
내가 그저 맞추고 있는 건 아닐까?
이직을 하면 이 고민이 해결이 될까?
그럼 난 지금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막연해지기 시작합니다. '왜' 라는 질문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달려왔기 때문일 겁니다. 이유를 굳이 따질 필요 없는 '좋은(남들이 좋다고 하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뤄오고 살았습니다. 그게 왜 좋은지, 누구에게 좋은지, 그 좋음이 나에게 맞는지는 의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튀어봤자 좋을 거 없는 사회 분위기이기도 하고, 대세를 따르는 게 딱히 나쁜 선택 같아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과거일 뿐입니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명확히 답을 할 수 없다면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통해 어떤 성취를 느끼는지, 지금의 경험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나의 궁극적인 꿈이 무엇인지 등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장보단 직업!
좋은 직장은 많습니다. 아니, 좋다고 얘기하는 직장은 많습니다. 반면에 좋은 직업은 뭐라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혹자들은 직장과 직업을 혼동해서 일반화시켜버리기도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겁니다.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스스로 성취를 느끼고, 만족하며 또 보람까지 느끼면 그건 좋은 직업입니다. 그 직업을 스스로 선택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반대로 누구나 부러워할 직장에 다니지만, 본인은 그 부러움에 비견할 만한 만족과 성취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좋은 직업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좋은 직장보단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는 얘기가 좀 다릅니다. 좋은 직장을 다닌다고 그 안에서의 직무 혹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반드시 높은 건 아닙니다.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고,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한 번 고민해 보면 좋을 일입니다. 취업을 준비 중이시라면 직장을 선택하시기 전에 직업에 대해 더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좋은 직장이라고 해서 그 험난한 과정 다 뚫고 들어갔는데, 정작 본인이 기대하던 직장 생활이 아니면 더 괴롭고 힘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명확한 직업을 생각하셨다면, 예상치 못한 회사의 문화나 분위기에도 꿋꿋이 버티실 수 있을 겁니다.
평균 수명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주 많이 늘어났고 심지어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반대로 직장 수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3의 인생까지 설계해야 하는 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 요즘입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니다가 퇴직금으로 몇 년 버티다가 국민연금 등 기타 자금으로 남은 생을 보내는 건 당장 주변을 보더라도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자생력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겁니다.
문득, 현재 직업에 굉장히 자부심 넘치는 전 직장의 멘탈갑 선배와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요즘에 회사 힘들다던데 좀 어때요?”
“응? 회사는 맨날 힘들지~ 난 늘 좋아!”
부디 원하시는 직업을 찾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