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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급발진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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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Dec 26. 2020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현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차 위에 지갑을 올려놓은 채 깜박하고 그대로 출발해 버린 제 잘못이긴 합니다만, 여러 장의 명함에 버젓이 쓰여있는 제 연락처로 왜 전화가 오지 않는지 너무 야속했습니다. 하필 현금도 제일 많이 들어있던 때라 안 좋은 기분은 한층 가중되었고요. 책임은 전적으로 저한테 있기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었지만, 찝찝한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한 번도 주인 찾아주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우연히 지갑이나 핸드폰을 주우면, 그 주인들의 심정을 생각해서 늘 '직접' 돌려줬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답례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생각에 점점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아무리 빡빡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젠 잃어버린 물건이 주인에게 돌아갈 순 없는 건가 싶어 허탈하더군요.


호갱님~


 어느 순간부터 착한 사람은 이용당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잘 먹고 잘 사는 게 현실이죠. 착하게 살되 바보처럼 당하지는 말아야 하는 겁니다. 이게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 그렇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이중적 인간' 또는 '언행불일치' 등으로 몰려 욕먹기 십상이기도 하고요.


 무조건 착하게 사는  답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 반대로 사는  더 아닙니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서 지갑을 주웠을 때 돌려주지 않는 습관을 미리 들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너무 각박하고 또 불안한 요즘입니다. 구급차가 지나갈 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건 너무도 당연했는데, 이젠 그 구급차가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구급차 뒤를 얌체같이 따라가는 차를 봐도 눈 감는 편이 낫습니다. 따끔하게 혼내주려다가 보복 운전이라도 당하면 뒷감당 하기가 만만치 않으니 말이죠. 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른 사람 생각 말고 만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라리 속 편해 입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이미 변화한 거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아쉬운 맘이 드는 건 어떨 수 없습니다. 과도한 경쟁 때문에 생긴 부작용일까요? 이전보다 사람들이 더 이기적으로 변한 걸까요?  이미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그 이유가 뭔들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앞으로가 문제인 거죠.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하고 신경 썼으면 좋겠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내게 돌아올 거란 작은 믿음의 불씨를 살렸으면 합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게 되고, 점점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자연은 훼손되고 그에 따라 오염은 날로 심해져 갑니다. 그 환경 속에서 우린 더 치열하게 경쟁하며 서로를 물고 뜯기에 바쁜 것 같고요.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많은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며 꿈을 펼쳐야 할 세상인데 너무 불안하고 아쉽습니다. 그런 불안이 그저 불안으로 그치길 바랍니다.


 당연한 건, 당연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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