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차 위에 지갑을 올려놓은 채 깜박하고 그대로 출발해 버린 제 잘못이긴 합니다만, 여러 장의 명함에 버젓이 쓰여있는 제 연락처로 왜 전화가 오지 않는지 너무 야속했습니다. 하필 현금도 제일 많이 들어있던 때라 안 좋은 기분은 한층 가중되었고요. 책임은 전적으로 저한테 있기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었지만, 찝찝한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한 번도 주인 찾아주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우연히 지갑이나 핸드폰을 주우면, 그 주인들의 심정을 생각해서 늘 '직접' 돌려줬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고, 답례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생각에 점점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아무리 빡빡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젠 잃어버린 물건이 주인에게 돌아갈 순 없는 건가 싶어 허탈하더군요.
호갱님~
어느 순간부터 착한 사람은 이용당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잘 먹고 잘 사는 게 현실이죠. 착하게 살되 바보처럼 당하지는 말아야 하는 겁니다. 이게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 그렇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이중적 인간' 또는 '언행불일치' 등으로 몰려 욕먹기 십상이기도 하고요.
무조건 착하게 사는 게 답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 반대로 사는 건 더 아닙니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돌려받지못할 상황에 대비해서 지갑을 주웠을 때 돌려주지 않는습관을 미리 들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너무 각박하고 또 불안한 요즘입니다. 구급차가 지나갈 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건 너무도 당연했는데, 이젠 그 구급차가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구급차 뒤를 얌체같이 따라가는 차를 봐도 눈 감는 편이 낫습니다. 따끔하게 혼내주려다가 보복 운전이라도 당하면 뒷감당 하기가 만만치 않으니 말이죠. 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른 사람 생각 말고 나만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차라리 속 편해 보입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이미 변화한 거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아쉬운 맘이 드는 건 어떨 수 없습니다. 과도한 경쟁 때문에 생긴 부작용일까요? 이전보다 사람들이 더 이기적으로 변한 걸까요? 뭐 이미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그 이유가 뭔들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앞으로가 문제인 거죠.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하고 신경 썼으면 좋겠습니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내게 돌아올 거란 작은 믿음의 불씨를 살렸으면 합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게 되고, 점점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자연은 훼손되고 그에 따라 오염은 날로 심해져 갑니다. 그 환경 속에서 우린 더 치열하게 경쟁하며 서로를 물고 뜯기에 바쁜 것 같고요.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많은 우리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며 꿈을 펼쳐야 할 세상인데 너무 불안하고 아쉽습니다. 그런 불안이 그저 불안으로 그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