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라고 하지만 비즈니스에 더 가까운 골프. 스크린 골프 덕에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하기는 하나, 골프는 여전히 마냥 대중적인 '운동'은 아닙니다.사실, 골프를 운동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애매합니다. 필드를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그나마 걸을 기회조차 카트가 뺏어가기에 실제 운동이 별로 안 되기도 합니다만, 골프가 이용되는 상황들로 인해 운동보다는 비즈니스가 아닌가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게 선택인지 의무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우리 골프 치는 사이야.
라고 아무도 얘기하지는 않지만, 동반 라운딩으로 다져진 관계는 생각보다 끈끈합니다. 함께 라운딩을 나간다는 결심만으로도 그렇지만, 반나절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밀착해서 보내고 나면 꽤나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어디 그뿐인가요? 라운딩 후 함께 씻고, 자연스럽게 술이 곁들여진 식사까지 하면서 대화하다 보면 열렸던 마음도 더 열리게 마련입니다. 이렇다 보니 영업 사원들에게 골프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는 비단 영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어느 직급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혹은 주요 직책을 맡으면 골프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비슷한 맥락입니다. 조직 내에서 협업은 물론이요,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려면 그 관계가 매우 탄탄해야 하는데, 골프라는 게 꽤나 효과적인 역할을 하다 보니 골프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고, 우리도 그중 한 사람일 수 있는 거죠. 뭐 어쩌겠습니까. 골프가 그렇게 자리 잡은 이상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골프는 꼭 쳐야 할까?
개인의 선택이지만 상황에 따라 강요되는 골프라 뭐라 단정 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골프를 쳤을 때의 장점은 분명히 있기에 여력이 된다면 치는 게 조금은 낫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골프만큼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게 또 없습니다. 골프 장비들이 대체적으로 고가이고, 차가 있어야 하며 또 연습을 위한 시간적인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등 개별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다수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 거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이구나.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군. 골프 매너를 보니 어떤 사람인지 알겠군.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겠구나.
단순해 보이는 '골프' 하나만으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 여러 충분조건들이 필요한 만큼 어느 수준 이상 끌어올리면 노력이 헛되지 않게 보상도 따라옵니다. 골프로 인해 뜻하지 않던 좋은 자리에 초대받는 경우가그렇겠죠.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에너지를 발 끝부터 손 끝까지 자연스럽게 끌어 모은 뒤, 꽤나 기다란 클럽에 에너지의 유실이 없게 전달하고, 스피드가 줄지 않는 상태에서 정확히 클럽 헤드 가운데에 달걀보다 작은 골프공을 맞춰야 하는 게 골프입니다. 저 가운데 어느 하나만 틀어져도 공은 제멋대로 가다 보니 예민한 운동임에는틀림없습니다. 골프 스코어가 많은 걸 대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쳐보니 도움이 되던가요?
지극히 주관적이긴 합니다만, 제 경우엔 분명히 도움이 됐고, 또 되고 있습니다. 조금 일찍 시작하고 투자한 덕에 '윗 분들'하고 함께 편하게 라운딩 할 정도의 실력은 됐고, 덕분에 이런저런 자리에 초대받아 일과 취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모든 게 그렇듯 잘해서 나쁜 건 없습니다. '굳이' 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즐기고 또 잘 치면 좋은 게 골프입니다. 할 수 없이 쳐야 되는 상황에 뒤늦게 시작하면 이마저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게 또 골프고 말이죠. 운동인지 아닌지도 모호하고 또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지만, 골프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운동'입니다.
골프가 운동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보단 골프가 과연 내 삶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고, 도움이 되는데 투자할 수 있는 여력까지 된다면 망설일 시간에 지금 당장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