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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급발진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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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Jan 11. 2020

커피숍 vs. 카페

나이 많은 남편의 설움

 아내와 전 6살 차이가 납니다. 도둑놈 소리를 들을 때만 해도 나이 차이 저 정도 나는 게 뭐 대수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순간, 나이 차이를 실감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세대’인 척 내비게이션 음성 인식을 사용하던 순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아리아. 근처 커피숍 알려줘.”


 분명 여러 곳의 ‘커피숍’이 검색되어야 마땅하거늘, 이상하게도 단 세 곳만 검색되었습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던 그 순간 더 이상한 아내의 표정을 발견했습니다.


“오빠, 방금 뭐라고 그랬어?”
“응? 근처 커피숍 알려 달라고 했는데?”
“.......카페 말하는 거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 아리아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아리아. 근처 카페 알려줘.”


 기다렸다는 듯이 아리아는 ‘카페’ 목록을 쏟아냈습니다. 음성 인식의 센스를 탓하고 싶었지만, 요청한 그대로 검색해 준 내비게이션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커피숍’이라고 등록한 세 분의 사장님들께 감사를 표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아내가 ‘커피숍’이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여보, xxx라는 탤런트 알아?”
“오빠, 탤런트가 뭐야...?”
“........”

 

 탈랜트라고 하지 않고 나름 배려해서 탤런트라 얘기한 저였는데, 누가 요즘 탤런트라고 하냐며 타박하는 아내였습니다. 전 분명히 영화배우, 탤런트를 구분지어서 배웠는데 말입니다. 정작 충격받은 건 전데, 저보다 더 충격받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내였습니다. ‘고작’ 6년 차이인데 이렇게 언어 차이가 나는 게 신기하면서도 새삼 나이 차이가 실감이 가더라고요. 하긴, 음악을 듣다가도 원곡을 아는 저와 리메이크 버전을 원곡으로 알고 있는 아내이니 차이가 나기는 하나 봅니다.


 요즘은 재미가 붙어서 아내와 ‘커피숍’스러운 것들을 찾는 중입니다. 가끔은 ‘야! 호 나는 대관령이 좋아!’와 같은 옛날 놀이를 찾아내고 낄낄거리고 말입니다. 뭐 어떻습니까. 나이 차이가 좀 나도 그 차이 덕분에 서로 알아가는 재미가 좀 더 추가됐으면 그걸로 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내와 커피숍이나 가야겠습니다.


“여보, 주차하고 갈 테니 가서 커피 좀 뽑아놔 줘.”
“오빠, 커피를 왜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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