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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급발진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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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Nov 14. 2019

아내에게 또 한 수 배웠습니다.

개짭을 이 가격에??

 난 평소 쇼핑에 관심이 전혀 없는터라, 남들이 말하는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정도의 인지도는 있어야 겨우 아는 정도다. 골프를 즐겨치던 나는 어느덧 ‘골프는 간지’라는 공식에 흠뻑 빠져버렸고, 마케팅에 넘어간 건지 진짜로 간지 나는 건지 모를 착각 속에 ‘타이틀리스트’ 마니아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녀석들은 간지 난다고 그냥 구매하기에는 너무도 고가라, 호기롭게 검색을 시작했다가도 늘 씁쓸함을 가득 안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역시 쇼핑은 나랑 안 맞다며 위로해 봤지만, 돈만 있으면 매일 쇼핑만 할 것 같은 나를 적어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평소 엄두조차 못 낼 가격이던 녀석들이 정가의 반도 안 되는 가격만 지불하면 내 손에 들어올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신난 나는 두근대는 맘을 달래며 나에게 ‘적당히’ 어울리는 색상을 선택하고, 내 몸은 더 이상 부풀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사이즈 선택까지 순조롭고 스피디하게 완료했다. 딱 봐도 구매하면 안 되는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췄었지만 그때는 정녕 몰랐었다.


 구매 결정을 하려던 그 순간 아내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뭐 하는데 그렇게 싱글벙글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해봐야 얼굴에 이미 티가 다 났을 나이기에, 기왕이면 기쁜 이 순간을 함께 즐기자는 마음으로 조심스럽지만 의기양양하게 아내에게 알려줬다.


 “타이틀리스트가 대박 가격에 나왔는데, 지금 결제하려고. 이거 원래 얼마나 비싼지 알지? 두 개 살까?”


 근데 뭔가 이상했다. 아내는 기분 좋은 표정은커녕 뭔가 굉장히 안쓰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오빠, 그 가격인데 진짜일리가 있겠어?”

“뭐래. 이거 타이틀리스트야, 여보.”

“그래, 오빠가 사고 싶으면 사.(이 바보야)”


 평소 같으면 결제를 하고도 남았을 나지만, 그 날은 확인해야만 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난 구매후기를 확인해 보았고, 첫 번째 댓글러에게 KO를 당하고 말았다.


개짭을 이 가격에??


 헉.

 이럴 리가.

 믿었던 타이틀리스트가 어떻게..


 “여보 말이 맞았어....”

 “그치?ㅋㅋㅋㅋ”


 나름 어떤 것에도 속지 않을 수 있음에 자신감을 뿜뿜 뽐내던 나였는데, 이럴 수는 없었다. 그것도 그렇게 간지 난다고 ‘믿었던’ 타이틀리스트를 구매하는 과정에 말이다. 그나마 구매를 안 해서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쓰라렸다.


 생각보다 많이 띄워져 있던 타이틀리스트 가득한 창들을 모두 닫기 해버린 나는, 잠시였지만 체감상으론 꽤나 긴 시간을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었다.


 씁쓸한 한편으론 세상을 알게 해 준 아내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아내의 말이 사실임을 확실하고도 강력하게 알려준 그에게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개짭을 이 가격에??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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