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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12. 2024

LOVE

포말(泡沫)

사랑은 능력이라기보다 본능이다. 거부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처럼 심장과 머리를 돌아 나의 온몸으로 너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생존적인 반응의 결정체이다.



사랑을 능력처럼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사랑은 사과처럼 딸 수 있는 개념인가? 연애대상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상식 이름처럼 획득하는 트로피로도 인식될 수 있겠다. 동전이나 토큰을 넣고 뽑기 기계를 돌려서 빼내는 결과물은 분명 사랑은 아닐 것이다.


사랑은 여러 형태로 보인다. 부모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배우자에 대한 사랑, 형제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우주에 대한 사랑, 무한에 대한 사랑, 취미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 지식에 대한 사랑, 사물에 대한 사랑, 공간에 대한 사랑, 시간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 구체적인 대상이 존재한다면 사랑은 모호함의 껍질에서 탈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안의 정신과 마음과 생각 속에서 그들에 대한 관리와 처리와 대응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사랑의 형태 중에서 내가 고민했던 것은 나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사랑이었다. 난 삶을 사랑했을까? 난 나를 사랑했을까? 너를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은 솔직히 난 나에 대해서 확신을 하지 못했으니까 거짓말이라고 생각했고 쉽게 네가 믿도록 돌려 말할 수 없었다. 내 상황을 터놓은 다고 해서 짐을 함께 진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일 수는 없다. 그리고 함께 해결한다고 해서 속 시원할 수 없는 것은 그다음은 영화에서 보듯이 찬란하게 펼쳐진 내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어제와 같은 평이한 하루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기분전환과 같은 감정의 나눔은 습관같이 펼쳐진 시간 속에서 해방감을 주긴 하긴 하겠지만 생활을 이어가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긴 시간을 우리는 사랑만으로 살 수 있을까?


가끔 사랑한다고 말할 때 느껴지는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은 마음의 한 구석에서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사랑을 물처럼 흐르듯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의 말과 단어만 인식한다. 그들의 말에서는 어떤 것도 알아낼 수 없다. 그래서 말속에서 사랑은 빛을 잃는다. 사랑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없는 것은 정말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그 감정과는 배반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사춘기적 고민은 감정을 대할 때 그랬다. 한창때, 삶에 허덕일 때 감정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감정들과 삶이, 그리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놓이지 않았다.  


지금은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소모되는 감정들과 기분들과 생각들을 내버려 두는 연습을 한다.




파도소리가 들린다.

물밀듯이 쓸리고 퍼져나간다.

하얗게 포말이 된다.

하늘로 날아가는 순간들.

안녕. 나의 사랑들. 사람들. 그날들.





[LOST IN MEMORIES] 2024. 3. 12. PROCREATE IPAD. DRAWING by CHRIS



The sound of waves echoes.

Flowing and spreading like water.

Turning into white foam.

Moments soaring into the sky.

Goodbye, my loves. People. Those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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