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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30. 2024

EMOTIONS

난공불락(難攻不落)의 감정들, 그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언어와 감정의 신경 및 문화기반에 대한 심리과학연구에 집중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대학(University of North Carolina, Chapel Hill)의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 크리스틴 린드퀴스트(KRISTEN LINDQUIST)의 <빅 싱크(BIG THINK)>를 잠시 잘 때 틀어놓았다가 흘러가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잠이 달아났다.


How to see clearly through deceptive emotions : 속이는 감정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방법》 

이해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감정들이 어떠한 긍정적인 진실을 보여주는지를 귀 기울여 본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핵심만 요약해 본다.




HOW TO SEE CLEARLY THROUGH DECEPTIVE EMOTIONS, KRISTEN LINDQUIST


AFFECTIVE REALISM

강력한 감정은 반박할 없는 사실로, 우리를 씻어내고 몸을 장악하며 인식을 바꾼다. 우리를 둘러싼 문화가 모종의 감정을 형성하고 감정이 우리의 주변세계를 해석하기 위한 렌즈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맥락에서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은 솔직히 무섭다. 그러나 모두가 반드시 동일한 감정적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상호작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될 수도 있다.



EMOTIONAL BIAS

뇌는 궁극적으로 예측기관이다. 학습과 경험을 기반으로 주변 세계의 모델을 만들고 해당 정보를 사용하여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 최선의 추측을 하려고 한다. 강한 감정을 경험하는 순간, 정서적 현실주의의 사례를 갖게 되고, 두뇌는 눈과 귀, 모든 신체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를 선택하는 방식을 색칠한다. 다른 감각, 즉 우리는 감정으로 인한 편견을 가질 수 있으며, 느끼는 감정이 말 그대로 위협의 존재를 보는지 여부를 형성하게 된다.



CULTURAL INFLUENCE : INDIVIDUALISM vs COLLECTIVISM

감정은 문화 전반에 걸쳐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 슬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의 의미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CULTURAL INFLUENCE : GENDER

문화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정의한다. 생물학에서 다루는 생물학적 성별 차이의 주제는 감정에 대해 생각할 때 확실히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방식이나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라고 느끼는 지와 반대로, 세상이 우리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잠시 시간을 내어 확인한다면 느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CULTURAL INFLUENCE : LANGUAGE

기본 수준 범주(Basic Level Category)는 새로운 언어 학습자가 먼저 습득하는 범주이다. 분노, 슬픔, 두려움, 혐오감과 같은 감정범주는 영어의 기본 수준범주이다. 사람들은 "언어는 경험을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어가 문화적으로 중요한 방식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제안할 만큼 충분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두려움 그 자체는 매우 기본적이고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이며 확실히 전 세계 문화권의 사람들은 위협을 경험하고 생명이 위험할 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경험한다. 문제는 두뇌가 어떻게 그런 사례의 의미를 만들고, 다른 유형의 정신 상태와 별개의 것으로 경험하는 지이다.



CULTURAL INFLUENCE : EXPRESSIONS

정말 중요하게 이해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얼굴을 통해 보내는 신호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실제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는 사람들의 안면 근육 움직임에 우리 자신의 문화적 편견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UNDERSTANDING ONE ANOTHER : THE PROBLEM OF OTHER MINDS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의 내용을 결코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심지어 같은 도시 내에서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날 때 다른 지역적 배경을 갖고 있거나 다른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거나 심지어 다른 정치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모든 사람의 심리가 약간씩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사물에 자신의 편견을 강요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대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배우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각각의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고유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인식의 다양성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더 나은 답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4. 3. 29. FRIDAY




나를 둘러싼 감정들이 매일에 반응해 가며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 크리스틴 린드퀴스트는 의학과 인류학, 심리학, 혹은 생물학적이며 철학적인 시선으로 우리 뇌의 작용에 대해 설명한다. 그녀는 살아있다는 생존적 감각을 중시했던 이전의 동물적인 삶이 현재는 생물학적 기본이 되는 다양한 감정의 경험을 통해 예술, 종교, 언어로서의 문화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조직된 감정이 바깥 세계를 보게 한다고 설명한다. 사전적인 경험의 수치를 통해 대상에 대해 최상의 추측을 이끌어내는 것은 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신경세포 뉴런(Neuron)의 작용이며, 시각적인 감각을 통한 감정적인 리얼리즘, 즉, 정서적인 현실주의(Affective Realism)는 눈과 귀, 여러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감응된 감정을 생산하고, 빠른 달리기처럼 심장의 격정이 일어날 때 총의 위협과 같은 휩싸임 속에서도 정보의 캐치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에 둘러싸여 있는가. 분노, 슬픔, 두려움 등의 여러 포인트로 뒤섞인 감정은 개인주의(Indivisualism), 혹은 전체주의(Collectivist) 문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흐를 수도 있고, 그룹의 가치로 혼재될 수도 있다. 그리고 불안함과 격정이 주요한 심장의 자극이 되는 여성의 경우 심장병 관련 질환이 많고, 지배적인 화와 억눌린 자신감에 집중된 남자들은 뇌질환이 많다는 통계치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있다. 입주름이나 눈주름, 얼굴 근육의 다양한 표현을 통해 내부를 외부로 발현시키는 감정의 발산은 각자가 품은 정치적, 문화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통해 다른 형태를 보이며, 세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형성한다는 것도 다시 점검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의 내용을 결코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크리스틴이 강조했듯이, 각자 다른 삶의 배경과 배움의 과정을 통해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과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지각하는 세계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내는 것은 세계에 대한 개개인의 다양한 반응작용의 숙제가 될 것이며, 열린 마음을 가져야 다른 이와 연결될 수 있다고 부연하는 그녀의 인류학적 감정에 대한 해설을 들으면서, 나는 폐쇄적 인간인지 개방형 인간인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대화를 나누었지만, 사실 나는 타인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전의 나는 날카로운 시선에 사람들을 꿰뚫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섭다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점쟁이가 후학이 부족했는지 신기가 있다고도 했다. 어렸을 때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다양한 모양새의 색을 가진 사람들은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비밀도 많이 털어놓았다. 그들의 비밀은 나에겐 별로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기에 그들의 바람대로 금방 잊어버렸다. 굉장히 밝은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 개방형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나 밝았던 어린 나처럼, 그들의 들뜸과 마음은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상대방을 바라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죽음의 침묵을 넘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말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대화는 어떤 의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전자파와 같은 소리만이 발성된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표출하지만 스스로를 감춘다. 그래서 상대방이 열린 마음을 가졌는지도 알아채기 어렵다.


크리스틴 린드퀴스트의 이야기를 들으며 첫 문장에서 단어가 풀어지지 않게 머리를 엄습했다. 강력한 감정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 (IRREFUTABLE FACTS)"이라는 부분이었다. 과연 나의 감정은 어떤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명쾌하고 냉정한 사고를 담고 있는 머리에 비해 가끔씩 뭔가 고장 난 듯이 난공불락(難攻不落)의 감정을 쏟아내는 심장은 가쁜 소리를 낸다. 숨 좀 쉬게 해 줘야겠다. 아니면 감정의 작용은 크리스틴이 설명했듯이 심장이 아닌 나의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나의 뇌는 완전한 의식의 코마(COMA)가 오기 전까지 쉬기 어렵다.



감정이 극에 달했던 이십 년 전, 나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누구나 평가하듯이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감정구조가 삭제된 건조하고 특이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무너진 순간 외부의 자극에 의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의 폭발과 함께 신체의 전 기관에서 염증이 발생했다. 머리, 눈, 귀, 코, 목, 잇몸, 심장, 피부, 관절. 그러나 생존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나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할 수 없었다. 그저 머리를 써야 했던 훤한 낮의 시간 속에서 생경하게 터지는 감정을 억지로 수면 아래로 눌러야 했고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갈아엎어야 했다. 밤에는 잠이 아예 오지 않았고 눈을 뜬 채 미친 듯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댔다. 악(惡)은 이미 존재했고 알고 있었음에도 손댈 수 없는 현실은 정신적 무기력을 가져왔다. 공동의 묶임을 단칼로 끊을 수 없음을 자각하고 몰려온 고통은 촉발된 자성과도 같았다. 껍데기는 무한대로 돌고 정신도 끌려다니는 삶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였다.


나는 집단과 개인의 중간점인 한국적 사회에서 엄지손가락처럼 튀어나온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인간이다. 사람들이 타인의 공간을 공용의 공간으로 쓰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을 알고선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차피 잠시 왔다가는 세상에서 내 몸도 빌려 쓰는 것이라 개인적 공간은 포기했다. 다만 내 몸 안에 박힌 정신적 공간만은 청명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어떤 오물이 다가와도 선명하게 뿌리칠 수 있도록 거짓은 죽지 않을 만큼 최소한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너무 완벽해도 병에 걸릴 수 있으니까 일말의 병원체는 생명유지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 


감정이 크게 한번 뒤섞인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나는 몇 번의 탈피와 같은 변화를 겪었고 이전과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방에 쉽게 뒤집어질 폭풍우가 다가와도 담담하다. 내가 창조한 개념 앞에서 근원적인 사고의 시작까지도 꺼내야 하는 지금, 어느 날을 헤집어놔야 뭔가 비어버린 것을 끌어낼 수 있는데, 감정을 투척한 이전의 기록들을 보면 정말 낯설다. 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감정이 기억나면 시간이 기억나지 않고, 순간이 기억나면 느낌이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 모든 게 물밀듯이 생각날 때도 있다. 현재의 시간 속에 놓인 나는 다른 공간과 다른 시간 속에 놓인 나를 다시 경험하고 있다.


나였으면서도 알 수 없는 그 공백을 현재의 생각과 마음으로 채워보고 있다.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닌데, 긴 시간 기록을 회피했다. 나는 뇌출혈이나 심장마비 둘 다 걸릴 위험이 있다. 현상학적으로 살펴보면 심장보단 머리에 충격이 좀 더 많은 편이었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두통약은 끊은 지 좀 됐다. 요즘도 머리를 많이 쓰는 낮에는 뇌에서 피가 흘러나오도록 혹사시키는 데에 비해 감정은 거의 정지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밤마다 불규칙적으로 새어 나오는 감정을 보면 혼란스럽다. 파도가 잔잔할 때도 있고 거칠 때도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 많은 편인데, 담담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거 같다. 때가 되면 모든 것은 스스로 가라앉을 것이다.





[WANDERERS, IRREGULAR PATTERN OF DAILY LIFE] 2013. 6. 7. PHOTO by CHRIS



폭우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난 다음날, 굳게 입을 다문 어느 집 문 앞에서는 하루살이들이 바싹 몸을 기대고 쓰러져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렬한 죽음은 그들과 멀어질수록 걸어가는 발걸음을 붙잡아 맬 만큼 점점의 화폭이 되었다. 불규칙한 일상의 패턴은 이름도 알 수 없는, 이들 하루살이의 멋없는 희생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After a heavy rainfall and strong winds, the next day, in front of a certain house where the door remained tightly shut, wanderers lay sprawled, their bodies pressed against the front of the door. The striking deaths that furrowed brows became increasingly distant, like an explosive powder that could halt the steps of those who walked away. The irregular patterns of daily life may be another word for the unremarkable sacrifices of these wanderers, whose names remain unknown.


2013. 6. 7.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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