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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r 27. 2024

THOUGHT, THINKING, LONGING

생각, 사념, 상념 그리고, 그리움

[DREAMY THOUGHTS] CHINA. 2019. 12. 17. PHOTOGRAPH by CHRIS


일상의 언어로 접어든 뒤, 중국어에서 매치가 안 되는 단어가 있었다.


사념(思念). 상념(想念). 생각(想).


머리를 굴려야 하고 뇌의 작용으로 바쁘게 돌아갈 것 같은 이 단어를 사람들이 던지기 시작했다.


"너를 생각해." "我想你.”

"너를 생각하고 기억해."  "我想念你."

"당신을 생각하고 염원해요."  "我思念您."

 

"나도 생각은 해. 너무 철학적인 거 아니야? 뭐 그렇게 까지."


나의 멋쩍은 대답에 사람들이 웃었다. 긴 설명을 들어보니 '그립다'는 정서적 표현이었다. 나에게 ‘생각’은 말 그대로 생각이었고, 다른 언어로 발언할 때도 그건 ‘생각’이었다. 물기 하나 없이 탈탈 털어 건조하게 일필휘지(一筆揮之)로 표현하는 이성적 개념의 사고에 어떻게 감정이 들어간다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조곤조곤한 해석을 들으며, 생각하고 바라는 것과 그리움은 어디서 맞닿아 있는 건지 한참을 고민했다.


턱을 괴고서 가만히 글자를 살펴보니 이 생각을 표현하는 단어 아래에는 모두 다 마음(心)이  깔려있었다. 나의 생각의 밭과 나의 생각의 나무와 나의 생각의 눈들과 나의 생각의 집들 안에는 내 마음이 누워 있었다.


어쩌면, 어디에서 무슨 연유로 돌출되었는지 알 수 없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머리를 돌아 마음을 풀어내는 사고의 실타래인 '상념'은 조금 더 가시적이었고 정직해 보였다. 그 후 '사념'과 '상념', '생각'은 선호하는 단어가 되었다.


뭔가 어버리고 놓쳤다는 느낌을 주는 영어 단어 'MISSING'이나 'LONGING'이 주는 그리움의 단위는 긴 시간을 들여 다시 찾아야만 할 것 같은 숙제를 안겨준다. 내 것이었다가 아니 내재되어 있다가 실수로 놓아버린,  다시 얻기 위해 외부로 여정을 돌려야 하는, 획득하기 위해 오랫동안 바깥에서 헤매는 느낌이다. 다만, 생각하고 염원하고 기억하고 사고한다는 한자문화권의 단어는 같은 그리움이어도 내 안에서 돌고 다시 돌아 찾는 것이라 좀 더 안으로 파고들게 만든다.


난 철학적인 사고가 좋다. 날카롭고 거친 언어를 선호하는 나 자신을 한번 더 체에 거르고 충동적인 행위를 저지하는 효과를 준다. 아이큐 높고 머리만 좋아서 한 자리 꿰차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지만, 지혜롭고 사고적이며 판단력이 긴밀한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거부하는 잔인한 폭력성과 돌출적인 흥분, 파괴적인 본능은 익히 알고 있는 나의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외부의 내가 욕심과 어리석음과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긴 시간 묶여있었기 때문에 나의 내부는 끊임없이 본질에 대해 고민한다. 현재의 상태에서 감정이 원하는 대로 살고 본능대로 사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나의 사념과 상념과 생각과 그리움의 끝은 아마 나를 찾아 내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





P.S.


원래 한자의 '사랑(愛)'이란 글자는 '무한하게 목멜 듯 숨 막힐(无) 정도의 마음(心)이 상대에게 온전치 못한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며 느리게 걸어간다(夂)'는 의미를 담는다. 그러나 이 글자도 현대의 중국에선 간체자(简体字)로 간략화되면서 '마음 심(心)'을 떼버리고 친구(友) 간의 사랑(爱)처럼 바뀌었다. 그래서 중문(中文)의 간체화(简体化)를 반대하는 우스개 소리로, "사랑이란 글자에 마음을 떼냈는데, 마음 없이 어찌 사랑을 말하리오. 没有心,我该如何爱" 그런 한탄도 보인다. 그러나 달리 보면 모든 것을 소진하는 애절함이나 격정보다, 현대에 걸맞은 사랑의 느낌은 친구 같은 온도가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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