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 Chime that touches the Heart] 2004. 9. NOTEPAD. MEMENTO SKETCH by CHRIS
친구가 왔다.
지난번 왔을 때 선물해 준 풍경이다.
수십 번 손으로 정성 들여 만든 주물이라며
나의 귀를 즐겁게 해 줄 거라고 했다.
풍경은 세 번 울었다.
그녀가 나에게 건넸을 때,
걸릴 자리를 물색할 때,
한 자리에 그대로 못 박힐 때,
그 이후론 마음을 치는 음성은 듣지 못했다.
風磬은 혼자서 소리 내는 법이 없다.
건드려야 운다.
스쳐가야 운다.
흔들려야 운다.
바람불면 운다.
소리를 듣기 위해 벽을 바라본다.
묵직한 쇳덩이에서 고명한 울림을 듣는다.
기억된 가슴이 풍경을 친다.
2004. 9. 30. THURSDAY
풍경(風磬)은 한동안 문에 걸어두었다가 이사할 때 상자 한편에 놓아두었다. 가끔 꺼내서 청명한 소리를 듣곤 했다. 2019년 9월, 카페 문에다가 달았다가 카페를 정리할 때 그곳의 나무 문에 어울리기에 풍경은 두고 왔다. 친구와의 추억은 마우스로 그린 그림 한 장과 바람불 때 찍었던 풍경소리가 담긴 영상만 남았다.
친구의 신랑이 차려 준 저녁밥을 먹으면서 문득 친구가 선물했던 풍경(風磬) 소리가 생각났다. 지금은 멀리 있는 풍경이 아쉽기도 했다. 피곤함이 온 몸에 묻어 있는지 얼굴이 퀭하다고 하면서 서둘러 밥을 차려주는 사람들 사이로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잔잔한 음악으로 들렸다. 소박한 식사와 정겨움이 가득한 시간들. 밥 한 공기를 다 먹으니 그제야 과일을 들고 마주 앉은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한 것이 보였다.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와 참기름에 구운 육포에 소화가 잘 되라고 배까지 깎아줘서 배불리 먹었다. 오늘밤은 배가 불러선지 정을 가득 받아선지 마음이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