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감출 수 없는 것
감출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불이다. 밤이면 요란스럽게 불꽃이 일고 낮엔 연기로서 드러나 보이는 것. 더욱 감출 수 없는 것은 사랑이다. 가만히 가슴 깊이 접어두어도 쉽사리 눈에서 나타나버리니까.
<괴테, 감출 수 없는 것>
괴테를 생각하면 질투로 팽배하게 부푼 노란 조끼 아래 롯데를 향한 뜨거운 열정과 갈망을 삭히지 못해 검붉은 자신의 피로 청춘을 접어버린 젊은 베르테르가 떠오른다. 시인과 작가, 화가, 음악가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사랑은 시뻘건 화력을 자랑하며 불보다 더 번잡스럽게 요란한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누구나 한 번쯤 곰삭힐 수 없는 사랑의 비명을 지르는 것일까.
2004. 8. 18. WEDNESDAY
내 안에도 감출 수 없는 사랑이 있다. 꿈같은 이야기, 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을 다중적 시점으로 그려보는 시놉시스를 구상 중이다.
글을 적는 과정은 자동차가 달리는 과정과 유사하다. 글을 쓰기 위해선 기어를 박고 바닥에 고정된 습관을 해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고의 엔진에 힘이 실리려면 시동을 걸고 생각의 모터를 작동시켜 윤전의 회전축에 힘을 실어야 한다. 사고의 제어장치에 신호가 전달되면 움직이는 힘이 뇌관으로 분사되고 이와 동시에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불붙기 시작한다. 영감의 연료가 폭발하면 상상의 회로는 가해지는 압력에 의해 회전을 거듭한다.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습관적 태도와 맞물려 손가락은 일정한 속도로 머리의 구술을 받아 적는다. 진중하고 지속적인 힘으로 액셀을 밟으면 지구력과 사고의 공급이 시너지로 폭증하여 근사한 드라이브를 만들어낼 것이다.
올해는 육체를 가용할 수 있는 최대치를 써보려고 한다. 후회는 던져버리고 열정은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