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수학적인 사고를 가지고 우주를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저 넓고 광활한 우주에 비춰보면 속닥거리고 한숨 쉬고 고함치는 오늘은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현실보다 쉬워 보이는 0과 1에 대한 몰입은무책임한 도피일 거라 생각했던 열다섯,사고의 과식과 감정의 폭주를 일삼던나에게 브레이크는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한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출가는 고사하고 가출도 하지 못했던 그 해 가을,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반 친구 두 명이 생일이 가까웠던 화요일과 수요일,밥좀 먹을 수 있냐고 차례로 연락이 왔다.
"난 집이 싫다."
- 그래.
"그런데 갈 곳도 없어."
- 그렇긴 하다.
우린 루틴처럼 비디오 한편씩을 때렸고,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어둑해지는 창문을 보면서 사는 이야기를 했다.학교와 집. 좁고 단선적인 생활에서 탈출은 꿈과 같았다.교실에선 항상 가볍고 시시껄렁했던 아이들은집이 시끄럽다고 했다.감옥 같다고도 했다. 모두 집에 있기엔 불안한 녀석들이었다. 한 명은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이다가 떠났고, 다른 한 명은 차 한잔 더 마시고 떠났다. 그리고잠을 잤던 그 친구는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병원에 간다던친구가 돌아왔는지 아닌지 지금은 기억에서 희미하다. 고민이 해결되기까지 그들은 더 이상 돌아와서는 안 되었기에.
- 다시 올까?
"눈이 빛나긴 했어."
- 그럼 빨간 옷은?
"반반."
선택의 순간에서 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한 마디씩 했다. "내가 왜 여기에 들어왔을까." 그 말은 선택한 자만 사용할 수 있는 후회도 아니지만 긍정도 아닌, 이미 그 답을 알면서 인정하기는 힘든 일종의 거부반응으로 보였다. 마치 "내가 왜 여기에 돌아왔을까"처럼 들리는 머뭇거림 속에서 난 그들을 격려해야 했다.
- 잘 오셨어요. 우린 만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마주칠 것이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마주칠 것이다. 우리가 이 생에서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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