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을 살아도, 왜 어떤 사람은 계속 성장하고 어떤 사람은 멈추는 걸까.”
오랜 시간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지나서는 운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 사람을 보며 그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기 시작했다.
박진영.
이 글은 그를 단순히 칭찬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일을 해오면서
여러 번 흔들렸던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가깝다.
그리고 동시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리더들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하나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글은 두 편으로 나누어 쓴다.
첫 번째 글에서는
(물론 나의 기억과 내가 미디어에서 접한 사실만을 기준으로)
그가 왜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지를
가수, 프로듀서, 기업가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두 번째 글에서는
그의 방식이 나의 일과 태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보려 한다.
지금의 JYP를 보면
탄탄대로를 걸어온 사람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그의 출발선은
오히려 차가운 거절의 연속에 가까웠다.
데뷔 이전, 그는 오디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유는 단순했다.
당시 가요계의 기준에서
그는 ‘스타형’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수만에게 오디션을 봤을 때는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곡만 팔아라.”
가수로서의 가능성은 부정당하고,
작곡가로서만 남으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1994년, ‘날 떠나지 마’로 데뷔한 그는
또 한 번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비닐 바지와 망사 의상,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스타일.
그를 향한 반응은
찬사보다 당혹감과 비난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으로 돌파했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리듬감,
철저하게 계산된 퍼포먼스,
그리고 관객을 압도하는 에너지.
그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결과’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그가 스스로를 ‘가수’가 아닌
‘딴따라’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당시 ‘딴따라’라는 단어는
스스로를 낮추는 표현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그 단어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끌어안고,
무대 위에서의 집요함과 에너지로
그 단어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처음부터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결핍을 동력으로 삼았고,
결국 자신의 기준으로
무대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린 사람이다.
그의 진짜 영향력은
무대 위 조명이 꺼진 뒤,
프로듀서의 자리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god,
비,
원더걸스,
2PM,
2AM,
미스에이,
TWICE,
Stray Kids,
ITZY.
세대도, 스타일도 다른 이 아티스트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JYP’라는 필터를 거쳤다는 것.
한두 번의 성공은
감각이나 운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세대를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는 단순히 좋은 곡을 주는 작곡가가 아니다.
사람을 발굴하고(Casting),
훈련시키고(Training),
무대에 올리는(Producing)
K-POP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든 설계자다.
그 시스템의 핵심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진실, 성실, 겸손.’
그는 실력보다 태도를 보고
사람으로서의 매력을 보고 선택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감에 의존하던 1인 체제를 넘어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래서 JYP는
한 개인의 역량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처절하면서도 상징적인 장면은
원더걸스의 미국 시장 도전이다.
당시 한국에서 ‘Tell Me’와 ‘Nobody’로
정점에 서 있던 그들을 데리고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상은 이를 무모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어느 정도 현실이기도 했다.
화려한 스타였던 그들은
미국에서는 무명의 신인이었다.
조나스 브라더스의 투어 버스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을 하며
‘바닥’에서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러나 진짜 시련은 따로 있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 사건은
공들여 준비했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멈춰 세웠다.
결국
빌보드 핫 100 76위라는 성과를 남기고도
현지 법인을 철수해야 했다.
대중은 이를 실패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그 시간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시장 구조,
문화적 장벽,
현지 네트워크.
그가 얻은 것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였다.
그 결과는
시간이 지나며 증명되었다.
Stray Kids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북미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 가수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 자체를 수출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실패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그 실패를
버릴 것인지,
쌓아둘 것인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는 실패를 남기지 않고
구조로 바꾼 사람이다.
박진영의 리더십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단순하다.
사람.
그러나 그 ‘사람’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있다.
진실, 성실, 겸손.
이 세 가지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연습생 평가 기준에 포함된
명확한 원칙이다.
그는 아티스트를 선발할 때
이렇게 묻는다.
“이 사람이 진실하고, 성실하고, 겸손한가.”
노래와 춤은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태도와 인성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기능이 아니라
사람의 방향성을 먼저 본다.
이 철학은
조직의 풍경 자체를 바꾼다.
성수동 사옥의 유기농 식당,
이른바 ‘JYP 집밥’.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연습생들에게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다.
“어린 시절을 맡겨준 아이들이
편의점 음식으로 버티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이 한 문장은
그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그에게 아티스트는
‘상품’이 아니라
지켜야 할 성장 과정에 있는 사람이다.
또한 그는 업계 최초로
성교육, 인성 교육, 독서 토론 등
전인 교육을 정례화했다.
이는 단순히 좋은 가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만드는 시스템에 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이 그 기준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말로 리더십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되는 일상으로 보여준다.
리더십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뒷모습에서 만들어진다.
박진영의 ‘진실, 성실, 겸손’이라는 가치는 연습생들의 수칙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는 JYP라는 거대 상장사의 경영 원칙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JYP엔터테인먼트는 정기적인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지적 사항 없이 통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금 흐름이 복잡하고 투명성 논란이 잦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무결점 경영’은 매우 이례적인 성과일 수 있다.
이는 박진영이 강조해 온 도덕성이 단순히 개인의 수양을 넘어,
조직 전반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감시) 체계로 안착했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방증이다.
결국 그에게 경영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성실함'을 기업의 시스템으로 치환해 내는 과정인 것이다.
박진영의 모든 화려함을 걷어내고 남는 한 단어는
결국 루틴(Routine)이다.
10년을 훌쩍 넘게 이어온 1일 1식,
하루 20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식단 관리.
매일 아침 반복되는
20분의 스트레칭과 30분의 발성 연습.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반복일지 모르지만,
그에게 이것은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방식이다.
그 약속은 분명하다.
“60세에도 무대 위에서 최고의 춤을 추며 노래하겠다.”
그래서 그의 루틴은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습관이 아니라
미래의 정점을 위한 준비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자신을 다시 배우는 위치에 둔다.
영어, 일본어를 익히고
현지에서 직접 소통하며
시장에 들어간다.
결국 그를
데뷔 후 30년 넘게 ‘현재진행형’으로 만든 것은
재능이 아니라
이 반복된 루틴이다.
나는 박진영을
그의 성공 때문이 아니라
그가 지키는 기준과 실천 때문에 존경한다.
그는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시스템으로 만들고,
그 시스템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다.
그래서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고,
그의 리더십은 오래간다.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우리는 종종 결과에 매몰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결과를 쫓고 있는가,
아니면 기준을 쌓고 있는가.”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기록이다.
1편에서는
내가 왜 그를 존경하는지를 정리했다.
2편에서는
그 기준이 나의 일과 태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