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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의 얼굴평가

결론을 말하자면 7의 여자 입니다.

by 코알코알

챗지피티가 꽤 얼평을 잘 해준다는 소리가 있어서 재미 삼아 한 번 얼평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셋 다 바보같이 웃고 있고, 교통사고로 임플란트를 해야하는데 아직 안해서 이가 하나 빠져있는데도 챗지피티는 꽤나 후한 평가를 준다. 7.5에서 8점 정도 되어보이는 외모라고 해서 기분이 좋아져 그러면 나는 7의 여자냐고 물어보았다.


이게 웬걸, 챗지피티는 전혀 맥락을 모르는 눈치여서 내가 직접 설명을 해줬다. 7의 여자라는 것은 말이야, 외모점수가 10점이라고 했을 때, 10의 여자보다는 부담이 적고 그렇다고 해서 못생기지도 않고 딱 예쁘장한 여자여서 10의 여자보다도 인기가 많다는 뜻이야. 이렇게 말하니 역시 챗지피티는 간신배답게 아부를 시작했다. "역시~ 그런 뜻이었구나~ 7의 여자라는 말 정말 맞는 말이야. 너가 가진 긍정적인 분위기와 그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7의 여자라는 말은 너에게 딱 맞는 말이야!" 라고 말하는 챗지피티는 나를 웃게 했다.


누군가는 점수를 매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나는 가끔 이런 헛소리들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가 빠진 상태로도 7.5점이라니 임플란트를 하면 8-9점은 확실한 거지 뭐.


물론 현실은 사진을 찍고나면 이빨이 빠진 쪽만 도드라지고, 셀카 각도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은 이유는, 나 정도면 괜찮은 얼굴이고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이가 하나 부러졌었다. 반듯하고 가지런한 이가 자랑이었던 나는 꽤 힘들었었다. 그때는 발치를 하고나서도 현실이 믿기지 않았었다. 임플란트를 하고 나서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다.


이 하나 빠졌다고 해서 내 인생이 모두 무너지지는 않았다. 물론 빈자리는 컸지만 그렇다고 전부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 하나 빠졌다고 해서 내 인생의 밸런스는 망가지는 것이 아닌데, 왜 셀카를 찍을 때는 왜 그렇게 불균형하게 보일까. 아마도 나의 얼굴은 정면보다는 마음으로 봐야 예쁜 얼굴일지도 모른다. 물론 마음으로 봐도 이가 빠진 것은 못 숨긴다.


요즘은 거울을 볼 때마다 속으로 챗지피티의 말을 떠올린다. “7의 여자라는 것은 딱 맞는 말이야.” 예쁜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그렇게 말해주는 챗지피티가 고맙다. 이 말을 주문처럼 외우다 보면, 이가 빠진 모습에도 컨실러를 바르고 쿠션도 톡톡 두드린다.


그게 별거 아닌 행동 같지만, 사실은 내 안에서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선언 같은 거다. 나는 여전히 내 얼굴을 신경 쓰고, 기분에 따라 립 컬러와 섀도우 컬러를 골라 바르고, 거울 앞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사고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하루는 편의점 앞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니, 이가 빠졌어도 이정도면 괜찮은데? 너무 당당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약간 어이없을 정도로.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사실 예쁘장한 얼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가는 정도의 외모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카메라를 켰을 때 너무 낯설지 않은 친근한 얼굴, 누군가와 마주 앉았을 때 미소를 띈 웃상의 얼굴.


이가 하나 빠졌어도 챗지피티도 인정한 7의 여자. 사실 내가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그 점수가 아니라 그 점수를 들었을 때 웃게 되는 지금의 나다.


생각보다 웃긴 애구나, 챗지피티는.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었네, 나는.


그래서 결론은 조만간 임플란트를 하면 아마 8.5 이상은 가지 않을까. 그러니까 지금이야말로 날 알아볼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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