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 엘리 Oct 25. 2023

ChopChop

영국 수사드라마를 나는 왜 좋아할까?

나는 영국 드라마 특히 수사물, 탐정물 그리고 미스터리물을 좋아한다. 영국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지나가던 딸이 엄마는 왜 저런 심심하고 못생긴 아저씨나 아줌마가 나오는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사실이다. 영국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일명 미남이나 미녀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영국 드라마 일명 영드를 좋아할까? 영드를 좋아하는 나는 한국에서는 서비스되지 않지만, 캐나다에서 영국과 호주 드라마를 소개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Britbox도 구독했었다. 캐나다 도서관에서 Britbox에서 소개하는 드라마 대부분이 DVD로 대여할 수 있음을 알고 나선,

 거금 $60을 들여 구하기 어려운 디비디 플레이어도 구매했다. 가끔 도서관에 들러 DVD 코너를 둘러보면 신작 영드가 속속 나와 있다. 그러면 신이 나서 대여 후 집에서 보곤 한다.     


두 딸이 질색하는 영국 수사 드라마를 나는 왜 좋아할까? 그리고 영국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나 한국 드라마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1. 영국 수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①. 어릴 적 즐겨 읽던 탐정 소설의 영향인 듯: 초등학교 시절 셜록 홈즈 책이 있었다. 빨간색 표지에 작고 얇은 홈즈 시리즈... 그 책은 내가 홈즈라는 탐정을 동경하고 그를 감히 세계 최고의 사설탐정이라고 부를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 홈즈를 알고 나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르, 미스 마플을 알게 되었다. 코난 도일도 아가사 크리스티도 영국 소설가다. 나중에 딸의 고등학교 선생님이 알려 주시길 아가사 크리스티는 벨기에 사람이란다. 영국으로 건너갔지만, 뿌리는 벨기에 사람이고 그래서 포와르도 소설에서 벨기에 출신으로 나온다고 한다. 아마 그 시절 내가 동경했던 영국 탐정들에 대한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영드를 향한 나의 열정으로 자란 듯하다.

②. 그냥 잔잔한 스토리: 영국 수사물 속 형사나 경찰은 액션 장면이 별로 없다. 주로 탐문 수사나 용의자를 경찰서로 불러 수사한다. 화려한 액션 장면이나 추적 장면 없이 증거나 증인신문을 통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한다. 무엇보다 대부분 해당화에 사건이 해결된다. 간혹 1부 2부에 걸쳐 사건이 해결되기도 하고, 장편 시리즈로 사건이 해결되는 일도 있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영드 수사물은 해당화에 끝났다. 역시 홈즈의 영향으로 난 단편 체질이다.

③. 배경: 영드를 보면 가끔 배경이 되는 마을이 소개된다. 화면 속 영국 마을은 작지만 아름다운 곳이 많다. 잘 가꾸어 놓은 정원이 있는 마을,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해안 절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 번쯤 가보고 싶다. 황량한 영국의 자연경관을 직접 보고 싶다.

④. 미국/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점 때문에 나는 영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2. 영국 수사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의 차이

①. 분량: 영국 드라마는 보통 한 시즌이 10회 정도 (1회 분량은 1시간이 보통 넘는다)로 촬영되는데, 어떤 경우는 한 시즌이 4회 정도만 촬영되는 일도 있었다. 아무리 1회 분량이 1시간 30분 정도가 된다고 하더라도 한 시즌이 4회로 구성되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닐까? 내가 영국/호주 드라마 Britbox 구독을 취소한 것도 그 영향이 컸다. 아니 아무리 새 드라마가 업로드되어도 한 시즌이 분량이 너무 적어 돈이 아까워졌다. 도서관 가서 DVD로 충분히 대여해 볼 수 있는데, 누가 구독할까? 

②. 주인공: 영국 드라마 속 주인공은 평범하다. 아니 평범함을 지나 못생긴 아저씨나 아줌마가 주인공이다. (표현이 좀 거칠지만, 10대인 딸의 표현이다) 사실, 내가 봐도 속칭 잘생기거나 멋있는 주인공은 아닌 듯하다. 영국에서 바라보는 미남/미녀의 기준이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A touch of Frost라는 영드의 주인공은 거의 할아버지에 가깝다. 키 작고 똥똥한 할아버지... 그 주인공은 bloody hell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서 딸은 영드를 bloody hell 드라마라고 한다. 여자 형사가 주인공인 경우도 있는데, 분명 극 중에서는 미인이라는 말을 듣는데, 난 ‘도대체 어디 미녀가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영국 드라마 속 미남/미녀는 나와 기준이 다른 것 같다.

③. 홈즈와 왓슨: 전통 영국 탐정 소설 셜록 홈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국 수사물에서 항상 inspector (경위)나 Chief Inspector (경감)은 Sergeant (경사)와 함께 수사한다. 경위나 경감은 나이가 많은 배우가 역할을 맡아서 인지는 몰라도 범인이 도망치면 잡으러 뛰어가는 건 거의 Sergeant (경사)이다. 그런 영향인지는 몰라도 시리즈를 거듭하며 inspector (경위)나 Chief Inspector (경감)은 배우가 변하지 않는데, Sergeant (경사) 역의 배우는 종종 바뀐다. Midsomer Murders의 경우 DCI (detective chief inspector) 배우가 바뀌었는데, 시리즈가 장기화하여 실제 극 중 배우가 은퇴하면서 새로운 배우로 교체되었다. 이런 점은 부럽기도 하다. 외부의 영향에 흔들림 없이 한 배우가 역을 실제 은퇴로 퇴장할 수 있는 환경이라니... 종종 다음 시즌 주인공 배역이 바뀌는 경우 새로운 주인공이 시즌 중간에 잠시 등장해서 소개된다. 시즌이 끝나면 퇴장하고 다음 시즌에 새 주인공이 등장하는 미국/한국 드라마와 달리 영드는 시즌 중간에 새 주인공이 소개되는 경우가 있다.
 ④. 총 소지: 미국 드라마 속 경찰이나 형사들은 용의자 집 탐문 시 이상하다 싶으면 문 앞에서 멋있게 총을 들고 준비한다. 하지만, 영국 형사들은 총이 없다. 노크하고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는 누구임을 밝힌다. 그리고 집 안에 들어가 이야기한다. 범인이 공격하면 어쩌려고... 

⑤. 누구도 탐정이 된다: 미스 마플처럼 평범한 사람도 탐정이 된다.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 식물학자 등등... 추리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은 누구나 탐정물의 주인공이 된다.

⑥. 라이벌: 미국 드라마를 보면 수사팀이나 개인에게 절대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라이벌이 있다. 멘탈리스트의 레드존과 같은 존재랄까? 영국 드라마에는 그런 존재가 거의 없다. 브라운 신부님에게 에르퀼 플랑보 같은 라이벌이 있기도 하지만, 미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불사조의 라이벌 정도는 아니다. 미드의 주인공 라이벌은 주인공 가족까지도 죽이는 잔혹한 범인이다. 그리고 체포도 어렵다. 이런 점을 나는 싫어해서 주인공 라이벌이 활약하는 회차는 스킵해 버린다. 실제로 FBI의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범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내게는 과장되게 느껴진다. 그래서 주인공의 악당 라이벌이 시리즈를 거듭해서 계속 나타나면 보고 싶지 않다.

⑦. 미남 미녀 어디에 있나요: 영드의 주인공도 그렇지만, 출연진도 미남 미녀는 아닌 듯하다. 극 중에서 너무 아름다운 여인, 모든 여자를 유혹하는 미남이 나왔다고 출연진들이 이야기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미남/미녀가 있는 건지? 영국식 미남/미녀는 우리와 정말 기준이 다른 듯하다. 영국 남자 배우들은 모르겠는데, 여자 배우들은 내가 생각하는 미녀는 아니다. 그런데도 미녀로 나온다면, 그건 기준의 차이일 거다. 영국 기준 미녀라는 거다.

⑧. 여자 형사분은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생긴다: 여자 형사가 주인공인 영드도 있다. 그런 분들은 이미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주로 혼자 살고 있다) 문제가 없이 가정을 잘 이루고 있는 분도 극이 진행되는 도중 남편이 외도하거나 자식에게 문제가 생긴다. 평범하게 형사 일을 하시는 여자 형사님이 거의 없다. 영국의 현실이 그런지 아니면, 극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려고 한 의도인지 모르겠다. 평화로운 가정에서 형사 일하게 해 줄 수는 없는 건가요?

⑨. 개인적으로 사연이 많은 주인공: 미드의 특징은 주인공에게는 사연이 많다.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있던지, 가정에 문제가 있던지, 연인이 범죄자에게 비참하게 살해당하던지…. 사연이 많기도 하다. 그런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한다. 미국이 영웅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평범하게 형사가 된 사람이 거의 없다. 영드의 주인공은 그런 사연 보다 개인적인 단점이 종종 있다. 모든 것에 알레르기가 있다든지 정리하지 않아서 쓰레기 더미 책상에서 일을 한다든지…. 내 취향은 개인적인 단점이 있는 것이 좋다. 성장 과정의 문제보다 개인적인 단점이 있는 형사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드도 내가 싫어 하는 미드의 단점을 가진 드라마가 분명 있을것이다. 아마 내 취향인 영드만 도서관에서 대여했기 때문일거다. 그래도, 난 명탐정 홈즈을 이어오는 영국 수사물이 좋다. 캐나다가 영연방이라 그런지 도서관에 가면 영국드라마 DVD가 정말 많다. 나뿐만 아니라 영국드라마를 즐겨 보는 캐나다인이 많다는 증거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