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Tricks
영국 드라마가 아니라면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뉴트릭"이라는 영국 수사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사반장 (Detective Chief Inspector) 보다 높은 위치 (Detective Superintendent)의 여자 주인공 산드라는 인질 구출 작전을 엉망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개까지 총으로 쏘는 실수를 저질러 좌천된다. 일명 과거 미제로 남은 사건을 해결하는 팀의 팀장이 되는 것이었다. 일명, Unsolved Crime and Open Case Squad (UCOS)로 불린다. 하지만, 예산부족과 인력부족으로 은퇴하고 쉬고 있는 할아버지 형사 (젊은 시절에는 나름 유능했다고 함)들로 팀이 꾸려진다. 처음엔 이 여 주인공 팀장이 질색팔색을 하며 상사에게 따지지만, 할배 형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능숙한 실력에 미제 사건이 하나둘씩 해결되면서, 이들 할배 형사들의 능력을 결국 인정하게 된다. 팀을 구성하는 형사들의 캐릭터도 흥미로운데. 산드라가 제일 의지하는 잭 형사는 믿음직스럽고 할배들의 리더로 일을 잘하기는 하지만,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 내 기억으로 아내를 잊지 못해 집 화단에 무덤을 만들었던 것 같다. 브라이언은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고, 아내 에스더와의 관계도 이 중독으로 인해 원만하지는 않다. 마지막, 제리는 이혼한 전 와이프들에게 양육비를 주느라 은퇴 후 빈곤한 삶을 살고 있는 형사다. 성격은 셋 중 제일 다혈질이다. 미국이나 한국 드라마에서 보이는 잘 생기고 멋있는 형사들은 아니지만, 나름 할배 형사들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유쾌하고 통쾌함이 느껴진다.
시즌을 거쳐면서 팀 멤버들이 하나둘씩 바뀌고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지지만, 기존의 은퇴한 할배 형사들의 유쾌 통쾌한 사건 해결은 여전하다. 내가 늘 느끼지만, 영국 드라마 여자 형사들의 삶은 불행해야 하나보다. 산드라는 처음부터 싱글맘이었고, 다음 팀을 맡은 샤샤 형사도 처음 등장때는 자신의 상사이자 남편과 깨를 볶더니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발견하고 첫회부터 이혼을 하게 된다. 실제 영국 여자 형사들의 이혼율이 높은지 궁금해진다.
이 드라마를 보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여자 주인공에 대한 편견 없이 극 중 배역을 준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여주인공 산드라가 반소매 옷을 입고 있었는데, 팔에 길게 무슨 자국이 보였다. 처음에는 문신인가 했는데, 아무리 보아도 화상 흉터였다. 잘 보이지 않는 흉터도 아니고 상당히 큰 흉터였다. 설마 내가 잘못 보았겠지 했는데 산드라를 맡은 아만다 레드만이라는 배우가 실제 어릴 때 화상을 입어 팔에 흉터가 있다고 한다. 보통, 배우들은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싶어 긴소매 옷을 입는다든지, 성형을 하든지, 분장으로 가리려 하는데, 당당하게 보여주고, 또 그것 때문에 캐스팅을 거절하지 않는다 점이 내가 이 드라마를 더욱 좋아하는 이유가 되었다. 누군가는 단점으로 보겠지만, 스스로 당당하게 대할 수 있는 자존감...요즘 나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