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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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사가정역      

근처 카페에서 작업을 했다.     

밥 먹고 산책할 겸      

가까이 있는 면목 시장엘 갔다.     

제법 규모가 컸다.      

길게 늘어선 시장을 걸으며,      

잊고 있던 대보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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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 전날 엄마는 밤늦게까지 음식을 장만하셨다.     

 다른 집은 오곡밥을 짓거나 약밥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 집은      

언제나 찰밥을 지었다.     

 나는 오곡밥보다      

엄마가 만든 찰밥이      

그렇게 맛있었다.     

그다음은 보름에만 맛볼 수 있는      

각종 나물이다.     

직접 말린 나물을 물에 불리거나      

데친 후에     

무치기도 하고 볶아내기도 하였다.     

 고사리나물. 호박고지 나물, 콩나물, 숙주나물,      

무나물, 참죽나물,      

취나물, 숙주나물 등등      

기억나지 않는 나물도 많다.      

온 동네가 고소하고 향기로운 냄새로 대보름     

잔치를 알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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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음식 중 특별했던 기억으로      

'무채 촛국 물'이라는 게 있다.     

 다른 집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꼭' 촛국'을 빼놓지 않으셨다.     

우리가 자고 있는 이른 새벽에      

'똑똑 똑똑' 실처럼      

가늘게 무채를 썰었다.      

그 소리가 경쾌하고 좋았다.     

무채를 담은 항아리에      

식초, 소금, 설탕으로      

단촛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김을 구워 손으로 부셔 넣고

실파와 참깨 송송 띄우면 완성이다.     

지금 생각하면 찰밥에 체하지      

말라는 뜻일까 싶다.     

그리운 엄마만의 레시피,      

추억의 음식이다.          

그렇게 엄마들이 보름 음식을      

장만하고 있을 때,     

동네 아이들은 쥐불놀이에 신이 난다.     

깡통에 불씨를 담아 빙빙 돌려대며      

뛰어다닌다.     

나는 겁이 많아 직접 돌려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언니 오빠 따라나가 구경만 했다.     

깜깜한 밤에 불빛이 원을 그리는      

쥐불놀이 광경은     

신기하고 멋있었다.       

그러나 개구쟁이들은 심한 불장난을      

하기도 한다.     

빙글빙글 돌리던 깡통을 던지는 바람에     

초가지붕이 홀랑 타버린      

경우도 있었다.     

  달집 태우기 행사를 하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집을 태워서 달집 놀이를 하는 격이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지금 시대 아이들은      

무슨 달나라 이야긴가 하겠다.     

 이런 구시렁거리는 얘기나 하고     

내 나이가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