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소리
10:18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소리.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소리는 매미 울음 소리이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 가만히 앉아서 10초간 주변 소리를 들어봤는데, 매미 울음 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다. 지금은 매미의 전성기가 지나갔는지 전에 한참 들렸을 때보다 기운이 많이 없어 보인다. 저층도 아닌데 방충망에 붙어서 시끄럽게 우는 걸 보면 신기해서 그냥 가만히 두기도 했다. 땅바닥에서 죽어가는 매미도 전에 비해 잘 안 보이게 되는 걸 보면 더디지만 여름이 확실히 가고 있나 보다.
매미 소리 다음으로 들리는 것은 컴퓨터가 돌아가는 소리다. 정확히는 컴퓨터 본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내 뒤에서 바람이 느껴지도록 둔 선풍기가 미풍으로 돌아가는 소리 또한 들린다. 소리에 집중하며 천천히 타자를 치는 이 키보드 소리도 들린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밖은 조용하다. 늦잠을 자고 계신 어머니와 일어나서 밥을 드시고는 의자에 앉아 졸던 아버지를 보았다. 아이스크림 막대를 입에 물고 졸고 계시길래 침대에 가서 잠을 주무시라고 했다. 평소에 늦게 일어나는 동생은 어쩐 일인지 오늘 일찍 일어났다. 아까는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지금은 고요하다. 이 집안에 들리는 소리는 매미와 본체, 그리고 선풍기와 키보드의 숨소리 뿐이다.
2년 전인가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송광사에 가서 스님과 차담을 했는데, 생각보다 유익했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대화를 꽤 오래 해서 이제 끝나고 화장실을 가면 되겠다 싶었을 때 스님께서 창문을 여시더니 눈을 감고 들리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하셨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스님께서 계속 말씀하셨다. 나는 아주 난감했다. 자연의 소리는 정말 좋았으나 내면에서는 화장실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자아가 시끄럽게 굴고 있었다. 명상이 끝나자마자 큰일이 나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었다. 다른 얘기지만, 송광사 절밥에 나오는 고추장이 정말 기가 막힌다. 절바절이겠지만 템플스테이를 한번쯤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참고로 나는 무교이다.
나는 고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프리라이팅을 하며 생각해보니 완전한 고요 속에 사는 순간은 의외로 거의 없는 것 같다. 조용하다고 생각해도 집중하면 작은 소리들이 들린다. 귀가 밝은 편이라 듣고 싶지 않은 소리도 들릴 때가 있어서 싫었는데, 며칠 전 작가님과의 대화 시간에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다 옆 사람이 잘 못 들은 이야기를 내게 물어올 때 대답해줄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글을 쓰고 나니 종종 내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10:39 마침.
(타이머 11:08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