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25 10분 프리라이팅
13:15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나무.
어렸을 땐 나무를 좋아했다. 어린이가 그림을 그릴 때 필수로 들어가는 것들이 있는데, 그게 나에겐 나무와 새싹, 햇님이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엔 갈색을 가장 좋아했고, 작년에 제일 좋아했던 색은 초록색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나무는 남들보다 특별할 게 없었다. 갈색 크레파스로 나무 기둥을 그리고, 조금 더 진하게 동글뱅이를 그려준다. 머리 부분에 큰 가지 세 개 정도 그려주고, 초록색 크레파스로 교체한 뒤 머리카락을 만들어 준다. 심심하면 그 뽕실한 머리 위에 빨간 사과를 네다섯 개 정도 그려넣어주면 그게 완성이었다. 만일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옆으로 잔가지를 뻗게 한 다음 그 위에 앉은 파랑새를 조그맣게 그려넣었다. 아마 중학생 무렵부터 나무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산을 좋아한다. 어머니께서 산과 나물을 좋아하시는데 그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모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가다가 "저 산이 꼭 브로콜리 같아!" 했는데 표현력이 좋다며 감탄하셔서 머쓱했던 기억이 난다. 좀 된 기억이라 아마 어린 애가 그렇게 말하니 귀여워하신 게 아닐까? 아무튼 다시 돌아오자면 등산도 좋아한다. 물론 여름의 등산은 싫다. 가을에 하는 등산이 정말 좋다. 선선한 날씨에 너무 힘들지 않은 적당한 높이의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기분 전환이 된다. 어렸을 땐 이모 식구들과 우리 식구들이 함께 종종 인천대공원에 있는 관모산을 가곤 했다. 아마 지금은 없어졌을 잔치국수 집이 하나 있는데, 그 어린 애들을 이끌고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밥까지 챙겨주시느라 고생하셨을 우리의 어머니들께 새삼 감사하다. 거기 국수 맛있었는데.
내 얘기는 아니고 동생 이야기인데, 문득 생각나서 적어본다. 동생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였나? 하교를 하고 바로 집에 오지 않고 한참 있다 오는 게 이상해서 어머니가 몰래 확인해 보셨던 적이 있다. 글쎄 이 녀석이 등굣길은 10분인데 길가에 자란 나무며 풀이며 꽃이며 곤충을 구경하느라 30분이 넘도록 안 오는 거였다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의문이 풀린데다가 딱히 비행도 아니니 혼을 내지는 않으셨다.
그래도 봄이면 벚꽃을 구경하니 벚꽃나무를 보는 셈이고,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를 보니까 여전히 나무를 종종 보기는 한다. 특히 여름이면 딱 생각나는 나무는 없지만 여름 특유의 온 세상이 짙은 초록빛으로 물드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는 한때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쓸쓸한 겨울 느낌을 받아서 그것도 좋다. 적다보니 오늘의 프리라이팅을 마칠 시간이다. 나무 끝!
13:31 마침.
(타이머 10:26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