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27 프리라이팅
19:11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계절.
계절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다른 주제에서 몇 번 한 것 같아서 다음 단어로 넘어갈까 하다가, 이런 식으로 넘어가면 마음에 드는 단어가 나올 때까지 넘길 것 같아서 그냥 도전해본다. 나는 가을에 태어났다. 내가 태어난 날의 날씨는 모르지만,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선선하고 먹을 것도 많아서 마음에 든다. 그런데 복에 겨운 소리를 하나 하자면, 바로 그 선선함으로 인해 다른 계절에 비해 내가 갖는 임팩트가 없다.
여름은 많은 사람들이 정말 싫어한다. 매년 갈수록 뜨거워지는 날씨, 덥기만 하면 모를까 비까지 오는 날엔 아주 습한 게 꼭 찜질방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땀이 많이 나지 않던 체질의 나였을 때는 여름을 참 좋아했다. 쨍한 초록 세상이 예뻤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꼭 "나 여기 살아있어요"하고 외쳐대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땅 속에서 기회만 엿보던 매미도 "이제 겨우 태어났는데 얼마 안 있어 땅으로 돌아가야하네"하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 같았다. 식물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아우성치는 계절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나와 다른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살아 있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겨울은 여름과 함께 자주 소환되어 비교당하는 계절이다. 겨울은 여름과 반대의 매력이 있다. 식물들이 숨죽이고 있다. 갈색의 앙상한 가지, 가끔 눈이 오면 그 위로 차고 흰 눈이 덮여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눈이 많이 오면 길거리엔 종종 크고 작은 눈사람들이 보인다. 작년 겨울에도 우리 아파트 입구에 커다란 눈사람과 중간 사이즈의 고양이 눈사람이 만들어져있었다. 그걸 열심히 만들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괜히 혼자 웃음이 났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로 바뀐 뒤로는 겨울이 그리 두렵지 않다. 아, 그리고 겨울엔 붕어빵을 꼭 먹겠다고 다짐해놓고선 막상 봄이 될 무렵에 붕어빵을 먹는다.
처음에 너무 가을을 공격하기만 한 것 같아서 가을의 변호를 조금 해보자면, 가을은 앞선 두 계절 사이에 껴서 너무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간다. 사람들이 봄과 가을 옷을 사고 싶어하면서도 망설이는 이유일 것이다. 나도 그와 같은 이유로 코트를 사고 싶어하면서 매년 망설이다가 몇 년 전에야 처음으로 코트를 샀던 기억이 난다. 원래 좋은 건 금방 지나가서 아쉬운 걸까? 괜히 올해 가을에는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단풍은 꼭 보러 가야겠다.
오늘의 다소 급한 프리라이팅은 여기서 마친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19:29 마침.
(타이머 10:21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