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팅 27.이름

250905 프리라이팅

by 우주

13:01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이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유명한 시에 등장하는 '이름'이다. 이름은 특별하다. 세상엔 나와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 이 순간 여기 사는 건 내가 유일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걸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좋아한다. 어제 알바를 하고 왔는데, 거기선 이름 대신 '저기요!' 혹은 호칭으로 날 찾는다. 별생각 없었는데 오늘 주제가 이름이라서 생각해보니 그렇네, 했다.


이름을 활용한 그 사람만의 별명을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 예를 들자면 다영(가명)이라는 친구가 있다고 하자. 다영이는 '사랑에 빠진 딸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당시에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다. 그러면 내 핸드폰에 다영이는 '사랑에 빠진 다영'이라고 저장되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는 다들 비슷비슷한 별명을 가졌을 것이다. 김씨 성을 가진 친구들이라면 '김밥' 얘기를 한번은 들어봤을 거고, 이름의 중간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뒤집어 부르는 경우도 흔했다. 예를 들자면 수빈이를 빈수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성이 특이한 친구의 경우 성+이름 첫 글자 조합으로 불리기도 한다.


내가 알바를 하는 곳의 친구들에게는 영어 이름이 붙여져있다. 한별님은 스타, 정원님은 가든이라고 종종 불린다. 그게 귀여워서 내 본명은 그런 식으로 이름 붙일 게 딱히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영어 이름이라고 하니 생각난 건데, 아주 어렸을 때 학원에서 쓰던 영어 이름이 생각났다. '티파니'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지은 건 아니었던 것 같고 학원에서 지어준 것 같은데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치원 때 무슨 반이었는지도 기억났다. 나는 '지혜반'이었다. 그건 꽤 마음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 <어린 왕자>에서 길들이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이름을 부르는 행위도 그 길들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평생 쓰는 이름인데 부르는 사람이 어떻게 부르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보면 새삼 이름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13:22 마침.

(타이머 11:03 기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리라이팅 26.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