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6 프리라이팅
15:02 프리라이팅 시작. 오늘의 주제는 거리.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거리하니까 이 노래가 생각나네요. 어제 저녁에 일을 했어요.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가 정신없이 바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시계를 봤을 때부터 한 시간이 지나가 있었어요. 통유리창으로 된 창밖은 어느새 어두워졌고요. 지친 몸을 이끌고 어찌저찌 마감을 한 다음 문단속을 하고 함께 일한 동료에게 인사를 했죠. 그리고 뒤돌아서서 집을 향해 가는데 그 느낌이 참 오랜만이더라고요. 뼈빠지게 일해서 고단한데 어느새 해는 지고 여름밤은 눅눅한 가운데 내가 드디어 고요하게 혼자 있는 그 순간이요. 비로소 긴장이 풀리고 밤거리를 밝히는 가로등과 나무, 횡단보도와 차, 보행자, 술 취한 사람을 택시에 태워 보내는 모습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요. 거리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다들 자기 집으로, 아니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중이죠. 나도 집으로 가는 사람들 중에 하나인데 이상하게 좀 더 머물고 싶어져요. 아마 날씨가 더 좋았다면 그랬을지도 모르죠.
제가 사는 동네의 거리에는 담배꽁초가 참 많아요. 건물마다 금연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지만 그 앞에 보란듯이 담배꽁초의 무덤이 있죠. 이젠 어디가 특히 심한 곳인지 알기 때문에 그냥 제가 돌아서 피해가요. 그런가 하면 단지 내 공원이 있어서 날 좋을 때 강아지들이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오곤 해요. 다행히 공원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어제도 여러 종류의 산책 나온 강아지가 보여서 참 귀여웠습니다. 매장 안에 강아지가 들어올 수는 없기 때문에 다른 보호자와 강아지는 매장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매장으로 들어온 보호자만을 오매불망 바라보며 앉아 있는 강아지가 꽤 사랑스러웠어요. 가을이 되면 공원에 더 많은 강아지들이 산책을 나오겠죠?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먹자골목이 있어요. 그곳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좀 놀라요. 저야 뭐 여기서 오래 살았으니까 익숙한데,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환락의 거리처럼 보일 것 같긴 해요. 수많은 네온사인과 바닥에 흩뿌려진 아가씨 어쩌고 하는 카드들. 야장에서 술을 마시고 한쪽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가만히 생각해보니 놀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네요. 그래도 낮에는 조용한 편이에요. 아, 요즘 역에서 틱톡 찍고 라이브하던 친구들이 활동 반경을 넓혔는지 그 먹자골목 시계탑 아래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걸 보긴 했어요. 거리에서 그런 것 좀 안 찍었으면 좋겠어요. 뭐 어디 구석에서 열심히 찍고 있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사람들 지나다니는 거리 한복판에서 그러고 있으면 저처럼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중 절반은 속으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10분은 채웠고 얘기는 조금 더 하고 싶은데 오늘도 일을 하러 가야하네요. 이만 마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15:27 마침.
(타이머 11:10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