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조차 속인 '괜찮은 척'의 기술

by 헤아림

누군가 "힘들지 않냐"라고 물으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괜찮다"라고 답했다.

그 대답은 거짓말이라기보다 차라리 반사 신경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까지 속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병원비 영수증을 손에 쥐고도, 퇴근길 텅 빈 통장 잔고를 확인하면서도 내 마음에게 속삭였다. '이 정도면 잘하는 거야', '다들 이 정도 무게는 지고 살아', '죽을 만큼 힘든 건 아니잖아'


나를 속이는 기술은 정교해졌다. 나는 내 감정에 마취제를 주사했다. 슬픔이 차오르면 '피곤해서 그래'라고 이름표를 바꿔 달았고, 억울함이 치밀어 오르면 '내가 부족한 탓이지'라며 이성적으로 포장했다.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였던 삶에서, 무감각해지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절약법이었다. 마음이 아프다고 아우성칠 때마다 나는 그 소리를 가두고 자물쇠를 채웠다.


"나는 강하니까 괜찮아" 이 주문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서서히 죽여가는 독이었다. 진짜 '괜찮은'상태와 '괜찮아야만 하는'상태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자, 나는 내가 언제 아픈지, 어디가 고장 났는지조차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몸은 이미 과부하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 비명을 단순한 근육통정도로 치부하며 다시 운동화 끈을 묶었다.


나조차 속아 넘어간 완벽한 연기 덕분에 나는 무너지지 않고 가장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내 눈동자는 텅 비어 있었다. 남을 속이는 것은 기만이지만, 나를 속이는 것은 고립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나 자신으로부터 나는 가장 멀리 도망쳐 있었다.


사실 나는 한 번도 괜찮았던 적이 없다. 괜찮은 척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그 파편에 소중한 사람들이 다칠까 봐 필사적으로 둑을 막고 있었을 뿐이다. 나조차 속여야만 했던 그 기술은 사실 살고 싶다는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