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괜찮은 척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by 헤아림

01. 폭풍 전야 같았던, 그 집의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지개를 켜는 것이 아니었다. 이불속에서 가만히 숨을 죽이고 방문 밖의 공기를 읽는 것. 그것이 나의 하루 시작이었다.


보통의 집이라면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나, 찌개가 끓는 냄새, 혹은 "일어나 학교 가야지"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아침을 깨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의 아침은 달랐다. 무거웠고, 차가웠으며, 무엇보다 위태로웠다.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발소리의 묵직함만으로도 나는 그날의 집안 날씨를 가늠할 수 있었다. 발소리가 거칠면 오늘은 태풍이었다. 쿵, 쿵, 바닥을 내리찍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반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날은 흐림이었다.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 가까웠다.


어린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불안한 공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투명 인간이 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나는 방문을 열고 나가기 전 마음속으로 수없이 주문을 외웠다. 거실로 나가면 나는 최대한 발뒤꿈치를 들고 걸었다. 내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밥을 먹을 때도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혹시나 나의 사소한 움직임이 간신히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 집안의 긴장을 깨뜨리는 방아쇠가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시절 나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 아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는 훈련장이나 다름없었다. 부모님의 표정하나, 말투 하나에 나의 온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미간의 주름이 조금이라도 깊어 보이면 내 심장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쳤다.


내가 뭘 잘못했나? 어제 말을 안 들었던 게 있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른들의 감정 변화조차 나는 내 탓으로 돌리곤 했다. 내가 더 착하게 굴면, 내가 더 조용히 있으면 이 폭풍이 지나갈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보다, 눈치를 살피는 법을 먼저 배웠다. 울고 싶을 때 우는 법 대신, 입술을 꾹 깨물고 "괜찮아요"라고 웃는 법을 익혔다.


그것은 어린아이가 그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슬픈 생존 기술이었다.


오십이 훌쩍 넘은 지금, 나는 독립을 했고 더 이상 그 숨 막히는 집에서 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아침에는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며 눈을 뜬다. 고요한 방 안에 혼자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기척을 살피려 귀를 쫑긋 세운다.


몸은 그 집을 떠나왔지만, 내 안의 어린아이는 아직도 방문을 열지 못한 채 이불속에서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던 그 아침의 기억 속에 갇혀서.....


이제야 방문을 열고 그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 잘못이 아니었다고. 너는 그저, 너무 일찍 어른들의 날씨를 알아버린 조그만 아이였을 뿐이라고.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