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종속

by 최봉기

우리는 살면서 누릴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기상시간, 식사 메뉴, 취미, 여행 장소, 친구에서 직업과 배우자까지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선택하지 못하고 종속되는 것들도 꽤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의 출생 자체부터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우리 부모들도 서로 사랑하여 우리를 낳지만 어떤 형태와 성품의 자식을 낳을지 선택할 수는 없다. 태어날 때부터 불구 혹은 정신장애자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천재나 혹은 미남, 미녀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금수저나 흙수저로 태어나기도 한다. 요컨대 세상의 이치는 선택과 종속으로 귀속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이기도 했던 한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성형수술을 하는 것을 죄악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 이유가 태어날 때부터 인물이 좋은 사람들은 그 인물 때문에 많은 이득을 보지만 인물이 못 생긴 경우 원치 않게 불이익을 당하는 게 현실인데 성형을 해서라도 자신의 처지를 바꿔 보려는 것을 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태어날 때부터 미남, 미녀란 이유로 TV 탤런트나 영화배우가 된 사람들 중에는 TV광고 모델료만으로도 어지간한 사람 몇 년 치 연봉을 벌기도 한다. 이렇듯 선택할 수 없는 종속된 조건 때문에 삶의 색깔이 바뀌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택과 종속 이 두 가지로 된 삶의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남들보다 두뇌가 좋은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들보다 두뇌가 좋지 못한 사람들을 아래로 보거나 무시하는 오만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 중 반대로 자신들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에 대해서는 그들의 단점을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오만 형이며 독 선형이다. 머리가 좋아 오만하면서도 자기보다 두뇌가 더 좋은 사람들 앞에서는 찍소리 못하거나 굽실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 경우는 오만 형이며 실속형이라 해야 할지 모른다.


머리가 탁월하게 좋지 않지만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대개 '노력형'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경우도 머리가 탁월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되는 경우이지 평균 이하일 경우라면 노력을 해도 별 소용이 없는 게 세상의 일이다.


종합해 보면 두뇌나 예능, 인물 등 각 부문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그 아까운 재능을 잘 키워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재능이 마치 자신만의 노력으로 된 것이란 착각은 갖지 않아야 한다. 착각은 대개 오만을 가져온다. 조상들로부터 받은 재능은 꾸준히 노력하여 세상에 되돌려 놓는 것이 가장 인간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어릴 때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지만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한 과학자는 어머니의 지극 정성으로 자신의 재능을 키워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그의 이름이 아인쉬타인이다. 아마도 모친이 옆에 있지 않았다면 아인쉬타인도 그 재능을 제대로 꽃 피우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는 조상과 모친에게 동시에 감사를 해야 하는 사람이며 그 재능 위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여 '상대성의 이론'을 내어 놓았다.


종속된 조건 외에서는 인간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돈이 많을 경우 자유롭게 여행도 갈 수 있고 좋은 집에서 살 수도 있고 좋은 차를 몰 수도 있다. 돈 있고 시간까지 있다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게 세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또 하나의 종속 조건이 나온다. 그것은 첫째, 이 세상에 영원히 살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둘째, 세상을 하직할 때 자신이 소유한 부는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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