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와 '서있는 사람들'

법정스님의 명저

by 최봉기

'무소유'와 '서있는 사람들'은 대학교 3학년 때 읽었던 법정스님의 명저이다. 법정스님은 우리 부친과 동갑인 32년생이셨는데 전남 해남 출신으로 속명은 '박재철'이었고 12년 전인 2010년에 세상과 이별하셨다. 당대의 고승이셨던 효봉스님의 제자로 출가한다. 효봉스님은 '붓다가 된 엿장수'란 책의 주인공인데 일제 통치하에서 명문 평양고보와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등법원 판사 생활을 하다 사형 판결을 내린 후 가정과 법관 지위 모두를 벗어던지고 엿장수가 되어 3년을 떠돌다 금강산에서 38세에 출가한 분으로 성철스님의 스승이기도 하였다.


법정스님은 지금은 고인이 된 친구 누나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분의 책을 읽게 되었다. 법정의 글을 대할 때 주옥과도 같은 문장과 세속적인 욕심에서 한 발 떨어져 세상을 대하는 삶의 태도에 나의 마음이 저절로 정화되기도 하였다. '서있는 사람'이란 제목은 힘든 세상에서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며 사는 이웃들을 지칭하며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소유'란 책에서도 혼탁한 세상에서 인간들이 가진 소유욕을 무소유의 의미를 통해 부질없고 무의미함을 일깨워 준다. 인도의 한 나라의 왕자였고 아소타라는 예쁜 아내가 있던 싯다르타가 모든 걸 버리고 도를 찾아 길을 떠나 부처가 된 얘기가 책에 나온다.


인도의 철학에 나오는 두 가지의 말이 있는데 하나는 논리적인 지식 (전자로 지칭), 또 하나는 초월적 의미의 지혜 (후자로 지칭)으로 구분된다. 인도에서는 전자와 같이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들, 즉 어떤 게 낫고 못하고를 따지고 우열을 가리는 것을 하찮고 저급한 걸로 봤으며 반대로 후자와 같이 그 단계를 넘어서서 따질 것도 없이 포용하고 합치되어 통일된 경지로 이합집산되는 것을 가치 있는 걸로 인식하고 추구했다는 것이다.


법정이 타계한 지 10여 년이 지났고 그 후에도 대한민국이 계속 물질적, 경제적으로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잘 사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면 계속 쫓기며 생활하는 '서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유의 의미를 일깨우는 '무소유'와 초월적인 지혜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길 기원할 따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알몸과 겉치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