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나쁜 사람

by 최봉기

살면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각자 고유한 개성을 가지며 나 자신과 비교해 처한 환경이나 이해관계가 각각 다르다. 성격이 각기 다른 인간을 하나의 잣대로 평하는 건 쉽지 않고 의미 자체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만일 평가란 걸 굳이 한다면 아마 자신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쉽다. 극단적으로는 자기에게 이로우면 좋은 사람, 그렇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할 것이다.


또한 세상엔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자신이 최고인 양 의기양양한 사람도 있고 지나치게 자기를 비하하는 사람도 있다. 양극단을 포함 일반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좋은 사람이란 말을 듣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는 그렇지 않다는 평도 함께 듣게 된다. 만일 주변 사람에게 물어볼 때 (그럴리야 없겠지만) 모두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만일 반대로 모두가 좋게 말하는 경우라면 그것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는 자기중심 없이 사람들 평가에 유리하게 처신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따라서 아주 호평 20~30%, 아주 악평 20~30% 해서 열 명 중 7(~8) 명 정도에게 좋단 말을 들을 경우 매우 이상적인 사람이라 봐도 좋을 듯싶다.


과거 조선 역사에서 충신과 간신들을 놓고 본다면 현재에서야 충신이 좋은 사람이고 간신은 반대이지만 당시에는 간신일수록 주변에서의 평은 충신보다 더 좋았을 수 있다. 이들은 위 사람에게 주로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말은 흐리는 재능이 탁월하다. 반면 충신은 우직하게도 직언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에 윗사람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경우가 많아 평이 나쁘기 쉽다. 대학 때 알던 선배 한 분은 "남자는 적도 많아야 한다"는 말을 하였다. 처음에 나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이 주관이 확실하고 사고나 행동이 분명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걸로 이해가 된다.


나 자신 삶을 돌이켜 보면 만난 사람들이 선후배, 동료, 친구와 그 가족들까지 합쳐 그 수는 헤일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 나와의 관계나, 특별히 도움을 준 사실 등을 제외하고 냉정하게 인간성을 근거로 점수를 매긴다면 나름 A~F로 나뉠 수 있으리라 본다. 가장 나쁜 평가를 하고 싶은 경우가 나 앞에서는 특히 나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는 웃는 얼굴을 하다가 돌아서면 남들 앞에서 나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반대로 가장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경우는 나 앞에서 내가 잘못한 것을 지적해주고 돌아서서 나를 험담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변호해 주는 사람이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며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능력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좋은 능력을 추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또한 사고나 행동이 일관적이어야 함에도 그때그때마다 말이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도 스스로의 인간성을 의심하게 한다.


나 자신이 하던 일이 잘 안 되어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 마치 잘 됐다는 식으로 지껄였던 인간이 있었다. 그리고는 나의 사정이 조금 나아지자 싱글싱글 웃으며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얼굴을 바꾸는 하이에나를 기억한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거울로 들여다보았다면 구역질이 나왔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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