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by 최봉기

인간을 일단 믿어야 한다는 말과 의심해 봐야 한다는 말을 놓고 어떤 말이 과연 맞는 건지 말하기가 쉽진 않다. 믿고 가야 할 때가 있고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할 때도 있다 할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길에서 졸지에 사기란 걸 당한 적도 있고 또한 친구라고 믿고 돈을 빌려줬다가 신의를 통째로 저버리는 인간을 본 적도 있다. 반면 나보다 인생 경험이 많은 어떤 분으로부터 속을 땐 속더라도 일단 인간은 믿고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상황이 어려워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끝끝내 신의를 지켰던 사람에 관한 얘기도 있다. 각 상황별로 적절히 처신할 필요가 있긴 한데 말만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주장 중에서 성선설이 맞는 건지 아니면 성악설이 맞는 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경영이론 중에 XY이론이라고 있는데 X이론은 인간은 게으르고 타율적이며 통제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고 Y이론은 인간은 자율적이고 책임감이 있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양 극단의 견해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성선설보단 성악설에 좀 더 공감이 간다. 지금까지 살면서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경우엔 도움을 준 경우에도 돌아서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욕을 하던 인간이 기억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갈 때 버스터미널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접근하더니 자신의 급한 사정을 얘기하며 돈을 빌려주면 당장 돈을 보내주겠다며 명함을 주었다. 결국 그 사람이 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는데 그 사람이 보기에 내가 순순히 돈을 줄 걸로 보였던 모양이다. 또 한 경우는 길에서 나를 힐끗 보던 인간이 자신의 사정을 가래 끓는 소리로 말하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 자도 비슷한 유형의 연기자였다. 이상의 경우는 졸지에 길에서 당한 사기였다.


졸지가 아닌 경우도 있다. 대학 때 동기란 한 인간이 등록금이 며칠 후에 올라온다고 돈을 빌려주면 곧 갚는다고 해서 믿고 빌려줬는데 결국 거짓말쟁이였다. 그 후 그 인간은 주변의 지인들에게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며 계속 돈을 꾸어서 쓰며 갚지 않고는 결국 군입대를 해 버렸다. 그 인간은 심지어 친구의 집에 들러 친구의 모친에게 급한 일로 돈이 필요한데 며칠 후 드리겠다고 말하고는 돈을 받아 그 후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 버릇 남 못 준다고 시간이 흘러 그 인간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녔다는데 거기서도 주변의 동료들의 돈을 꾸어 갚지 않고 퇴직을 해 버렸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이젠 간덩이가 커져서 사업을 한다고 거액을 빌려서 일을 벌이다 다 날리고는 동남아 어디로 도망갔다고 들었는데 그 뒤 귀국을 해서도 누구랑 동업을 한다면서 돈거래로 또 문제를 일으켰단 말을 들었다. 세상엔 이렇듯 뻔뻔스러운 인간들도 뻐젓하게 살고 있나 보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경우를 보면 세상엔 온갖 사기꾼만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 고인이 된 하일성 야구 해설위원이 경험한 돈과 친구에 관한 얘기이다. 그는 절친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자신이 대표인 회사의 이름을 일성 주식회사로 지을 만큼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한다. 하루는 그 친구가 자신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했고 마침 곗돈을 탄게 있어 믿고 선뜻 꾸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친구의 회사가 부도나게 되었다. 그러자 하일성은 친구 회사에 가서 욕을 하며 돈 갚으라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그 후 그 친구는 생활이 어려워져서 전전긍긍했지만 결국 돈을 가지고 하일성에게 왔다. 가져온 돈은 그 사람의 가족이 미국에서 귀국하다 KAL기 폭발사고로 사망하여 국가에서 보상금으로 받은 돈이었다고 한다. 그 친구가 그때 하던 말이 "네가 진정 내 친구라면 내가 쌀을 살 돈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 최소한 쌀 정도라도 가지고 왔었어야 했던 것 아니었니? 나는 네게 빌린 돈은 꼭 갚으려 했다 " 란 말을 남기고는 대한민국과 국교가 없는 나라로 떠나 버렸다고 했다. 하일성 위원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그 친구에게 너무나 죄스러웠고 스스로 깊은 반성을 했다고 한다.


사회생활에선 웬만하면 돈거래는 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 하면 일이 잘못되면 돈도 잃지만 사람도 같이 잃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원래 사기꾼인 경우는 상종 자체를 안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기꾼이 자기가 그렇다고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판단도 쉽진 않다. 또한 사기성이 없는 사람도 상황이 어려워지면 본의 아니게 자기를 합리화하며 말을 바꿔 버린다고 하니 이 경우는 유사 사기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


경험이 많거나 사람에 대한 직관력이 있는 사람은 처음 볼 때 인상이나 느낌으로 사기꾼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느 성당의 주임신부 한 분은 성직자지만 사업수완도 있고 사람 보는 눈이 있는 분이었다. 어느 성당에 성전을 건립하는데 건축업자가 수녀에게 와서 말을 뻔지르르하게 하던 걸 보고 그 사제는 그 수녀에게 조심하란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그 신부의 경험에 의하면 건축업을 하는 사람은 나름 곤조란게 있어 자신의 주장이 강한 게 정상인데 그 사람은 말만 뻔지르르하게 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그 건축업자는 사기꾼으로 판명 났고 그 신부는 수녀에게 왜 자기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는지 따졌는데 그 수녀는 "사람을 믿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고 한다. 인간을 믿을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 이렇듯 많으니 인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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