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복이 와요'와 '수사반장'

by 최봉기

비록 빡빡하고 힘들었던 과거 70년대 때 우리가 가슴 깊이 간직해야 할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존재와 인간미에 관한 내용을 다뤄볼까 한다.


배가 고프거나 화장실이 급할 땐 당장 그 고충만 해결되면 모든 게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그 고충이 해결되고 나면 제2, 제3의 고충이 생기는 법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 시절처럼 배 고프고 추위에 떠는 일은 적지만 그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혼'과 '자살'이고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삶 혹은 존재의 의미가 망가지는 경우도 물질적 안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아마도 그 시절엔 자아실현의 욕구 충족 등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는지도 모른다. 당장 끼니를 해결해야 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별반 조건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지금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던 때였다.


당시엔 지금에 비해서 '고령화' 혹은 '저출산'이란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엔 쉰만 넘어도 노인이었고 이들도 환갑잔치를 하기 전 혹은 하고 나서는 얼른얼른 알아서 눈을 감게 되는 세상이었을 뿐 아니라 노부모들은 알아서 자식들 집에서 함께 살 수도 있었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늘 TV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했던 소재가 바로 '고부간 갈등' 아니었던가? 지금은 아마도 고부간에는 트러블이 발생할 일 자체가 없으며 고부간 마주 보는 경우라면 명절 혹은 결혼, 장례식 등 가족 대소사 정도에 불과하다.


그때 가장 인기가 높았던 TV 프로가 일요일 저녁 7~8시 방영하는 '웃으면 복이 와요'와 8~9시의 '수사반장'이었다. 그때 그 시간대에 대한민국에서 MBC의 그 두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간첩이거나 맹인이나 귀머거리 정도였을 것 같다.


'웃으면 복이 와요'에 출연했던 유명 코미디언들은 인제 TV에선 보기가 힘들어졌다. 이미 고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거나 인젠 연로하여 더 이상 방송에 나오기조차 어려운 실정. 특히 80년 초 5 공화국 출범 시 가장 심한 탄압을 받았던 사람이 땅딸이 이기동. 그는 대표적인 저질 코미디언으로 찍혀 삼청교육대에 끌려갔고 그 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매일 술만 먹다가 급기야 간암 인가로 세상을 일찍 하직했다. 가만히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어진다. 빡빡했던 시절 일요일 저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음날 일찍 일터로 가기 전 휴식을 취하던 사람들에게 즐거운 웃음을 줬던 그 공로를 무시한 채 대중에게 사랑받던 한 인기 연예인을 그리 대접할 수 있단 말인가?


'수사반장'이란 프로에 출연했던 형사 역의 배우들도 한 명을 제외하곤 이미 고인이 되어버렸다. 그가 누군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는 현재 '한국인의 밥상'이란 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반장'이란 일요 드라마에서는 정말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 혹은 상황들이 나오며 냉혹한 법 집행 뒤에는 늘 한 말단 형사반장의 고뇌와 상부에 선처를 부탁했던 따뜻한 마음이 연출되곤 하였다. 당시에도 생존경쟁 속에서 사기꾼, 깡패 등 온갖 흉측한 인간들이 사회에 기생하던 반면 남다른 정의감으로 그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준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분들의 희생정신과 노고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은 탄생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최근 30대의 새파란 미혼의 젊은이가 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우리 사회나 정치에 있어서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기득권에 안주하던 별 영양가 없는 기성세대는 인젠 역사 속에서 뒤안길로 곧 사라져 버릴 날이 그리 멀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던 빡빡했던 시절 밀알이 되어준 고귀한 분들의 흔적은 관광지의 기념비처럼 잘 보존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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