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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거제도 여행의 추억

by 최봉기

2010년과 2017년에 가족과 통영을, 2017년 때엔 통영과 함께 거제도까지 다녀왔다. 한 번은 가족들과 운전해서 여수와 순천까지도 다녀온 적이 있었고 남해바다의 여기저기를 가보았지만 예향 통영에 대한 기억이 남다르다. 통영은 충무공이 대승을 거둔 한산도와 붙어 있어 한 때는 도시명이 충무시이기도 하였다. 통영에는 김으로 싼 밥에 오징어무침, 무김치를 곁들여 먹는 충무김밥이 일반 김밥을 대신한다. 과거에 남해에서 배로 부산을 갔던 한 분은 통영쯤 도달할 때 통통배가 배에 접근하여 충무김밥을 파는데 출출할 때 배에서 바다를 보면서 먹었던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통영은 예로부터 문인과 예술가를 포함 유명인사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꽃'이란 시의 김춘수, 김상옥 등 시인과 함께 작고한 김용식 외무부 장관 등 많은 인물이 있다. 나전칠기 또한 통영에서 나온 것인데 뛰어난 예술적 감각의 장인이 형형색색의 조개껍질을 장식한 가구가 안방 한자리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인물과 창작, 예술의 이면에 청정해역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었다는 사실은 깊은 공감을 가져온다.



통영 시내를 지나 통영대교를 건너 푸른 바다를 안고 산양읍으로 들어가면 '박경리 기념관'이 있다. 소설가 박경리(1926~ 2008)는 1969년부터 94년까지 26년간 총 5부 16권의 대하소설 '토지'를 지은 작가이다. 조선 몰락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되기까지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 가족의 몰락과 재기를 경남 하동군 평사리와 용정, 진주와 서울, 일본, 만주 등 동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그리고 있다. 600명이 넘는 인물이 등장하고 시대적으로 1897년~1945년을 통하여 동학농민전쟁, 을사늑약, 청일전쟁, 간도협약, 만주사변 등 민족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등장하며 영어 불어, 일어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통영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거제도가 있다. 거제도는 한국전쟁시 포로수용소가 있던 고현의 130만 평을 전쟁기념관으로 개조, 과거 포로수용소 모습을 재현한다. 과거에 인민군 15만, 중공군 2만, 여자 포로와 의용군 3천 명 등 17만 3천 명을 수용하였다. 당시 거제에는 피난민 15만, 주민 10만 명이 거주하였다. 나의 부친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포병으로 참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3년 반을 보내며 인생의 밑바닥 체험을 몸소 경험하셨는데 남쪽에 피란 내려온 삼촌과 할아버지를 극적으로 만나 부산에 지금까지 정착하고 계신다. 해마다 한 번씩 기념관에서 사망한 영령들을 위로하는 제사를 올리고 있다. 한 번은 과거 포로생활을 했던 분들이 기념관을 입장하려 하자 입구에 있던 매표원이 표를 끊고 들어가라고 했는데 일행 중 한 분이 "야 이놈아! 우리가 여기서 휴전 때까지 3년 이상을 살았는데 무슨 표를 끊어? 책임자 나오라 그래"라고 호통을 치자 "아이고 어르신들은 그냥 들어가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이상 남해의 아름다운 도시 통영과 한국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제도에 관한 추억을 스케치해 보았다.


어찌 보면 도시의 아름다움이란 것도 전쟁 때 목숨을 걸고 지켜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또한 대한민국이 이 정도 발전하게 된 것도 참담한 전쟁을 겪은 후 허리끈을 조이며 열심히 살았던 우리 윗 세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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