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래공수거'란 말이 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의미이다. 1998년 SK그룹 최종현 회장도 이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2018년 고인이 된 가수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 (1966년)의 가사도 비슷한 내용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살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은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세상에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긴 하지만 돈만 있으면 웬만한 근심은 사라진다. 그러니 돈을 벌기 위해 난리들을 치고 있다. 하지만 그 돈도 영원히 자신을 지켜줄 수는 없고, 또한 자신은 돈을 살아 있는 동안 잠시 관리한 것이란 사실은 죽음이 임박해서야 깨닫게 된다고 한다.
돈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중요한 수단은 될지언정 그걸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어떤 경우엔 마치 마약처럼 삶을 도탄에 빠뜨리는 재앙도 된다. 사는 데 필요한 정도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은 간혹 한 눈을 팔다 가정에 소홀할 경우가 있다. 또한 부잣집 치고 부모가 남긴 재산 때문에 자식들 간에 분란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남길 재산이 없다면 서로 바랄 것도 없이 아껴 쓰며 오손도손 사이좋게 지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살 때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로 돈, 집과 친구 등 지인들을 들 수 있다면 반대로 세상을 떠날 때 남기고 가야 할 것들로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우선 돈을 든다면 괜히 남겨 분란을 조장하기보다 살아 있을 때 여행과 자선 등 나 자신 혹은 사회에 유익하도록 사용해 버리는 게 나을지 모른다. 그 외에 남길 것으로 자신이 사는 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한 기록물이 있다면 으뜸인 유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성철스님이 타계할 때 화장하고 남은 사리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하였다. 사리의 모양 혹은 많고 적음은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차라리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짧은 경구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멋진 유품이 되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사는 우리 중생들을 이끌고 있다.